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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이 생명... 지연된 규제 혁신은 혁신이 아닙니다”

입력
2019.01.25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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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23일 조재우 논설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법 통과로 스타트업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배우한 기자 /2019-01-22(한국일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23일 조재우 논설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법 통과로 스타트업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배우한 기자 /2019-01-22(한국일보)

설립된 지 오래 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은 희망과 의욕이 넘치고 기존 산업에 충격을 주면서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혁신성장의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성장해 유니콘(10억 달러 이상 가치 기업)을 넘어 데카콘(100억 달러)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며 규제 샌드박스법을 도입하는 등 스타트업 관련 규제를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기업가 정신도 희미해진 상황에서 그물망처럼 촘촘히 펼쳐진 규제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어려운 생태계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와 소통 부재, 책임 회피 등으로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의 최성진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2016년 50개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한 코스포는 현재 사단법인으로 회원사가 660개에 달한다.

-포럼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배달의 민족)가 의장을 맡았고 지금 주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다 들어와 있다. 간편 송금 앱인 토스(Toss) 이승건 대표도 있다. 20~30대 초반 사람들은 토스 앱을 이용해 돈을 주고받는다. 토스는 작년 말에 유니콘 스타트업(10억 달러 이상 가치 기업)으로 평가됐다. 직방이나 다방, 마켓컬리, 야놀자, 여기어때 등 주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경쟁 관계지만 같이 활동한다. 대표들의 평균 나이가 30대다.”

-특별회원에 구글 캠퍼스, 네이버, 우리은행, 카카오, 페이스북이 있다. 역할이 따로 있나.

“스타트업 성장을 도와 세상을 혁신하는 일을 해보자는 게 포럼의 기본 방향이다. 성장한 스타트업도 있지만 회원사의 다수는 초기이거나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단체가 활동하는데 재정 등 여러 어려움이 많다. 선배 기업이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타트업과 협력해 일하고 싶다는 기업을 특별회원으로 받을 수 있게 만들어놨다. 스타트업보다 회비를 많이 낸다.”

-유니콘 기업이 몇 개나 있나.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두 번이나 유치했다. 유니콘 기업은 비상장기업이니 투자 받을 때 기업가치 평가(valuation)로 판단한다. 옐로모바일은 4년 전쯤 3조원 정도 평가로 투자를 받았다. 한동안 유니콘이 나오지 않다가 작년 말 토스가 1조2,000억 평가로 투자를 받았고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3조2,000억 평가를 받았다. 스타트업 중 1~2년 안에 10개까지는 유니콘 기업으로 갈 것 같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많지 않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이 300여 개 정도라고 한다. 미국이 140개 정도다. 중국은 자체 평가로 작년 하반기에 이미 180개 정도로 집계했다. 새로 유니콘 기업으로 진입하는 게 일주일에 두 개씩이라고 한다. 유니콘의 10배가 넘으면 데카콘이라 한다. 데카콘 기업도 전 세계 20개 정도 되는데 우리는 아직 없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도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안 되고 주무 부처가 못 바꾼다고 하면 안 된다. 법을 바꿔야 하는 것들은 국회에서 통과가 되어야 한다. 결국 스타트업들이 규제가 바뀌는 걸 기다리다 도산하든지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 모호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가의 문제다. 4개 부처에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무 부처가 반대가 있더라도 심의에서 극복하려는 것이다. 법을 여러 개 통과시켜놨기 때문에 한 부처에서 잘 안되더라도 다른 트랙을 통해, 부처 간 경쟁을 통해 주무 부처들이 선제적으로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걱정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사업은 우리나라에선 해서는 안 되는 사업처럼 낙인이 찍힌다. 또 임시허가를 내주면서도 조건을 달 수 있게 돼 있다. 그게 너무 가혹할 때가 문제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게 특징인데 강한 조건을 부과하면 사업성이 없다. 규제 샌드박스의 시한도 있다. 처음 2년 해주고 2년 연장해 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 국회에서 결국 법을 바꿔줘야 하는데 법이 안 바뀌면 졸지에 불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소위 ‘패스트 트랙’이다. 법조계의 격언 중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했다. 규제 혁신도 지연된 규제 혁신은 혁신이 아닌 거다.”

-규제 완화의 걸림돌이 공무원 조직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스타트업이 맞닥뜨리는 규제 담당자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기업을 괴롭히려는 건 아니다. 공무원의 기본적 책무와 사명이 법을 잘 지키도록 하는 데 있는 거다. 우리나라는 국가 후견주의라는 얘기가 많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할 수 있게 해 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담당 공무원이 문책을 당하거나 감사를 받는 상황이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어렵다. 또 공무원은 순환보직을 하니 전문가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입장을 얘기해주지 않으면 금융권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금융위에 ‘비조치 의견서’라는 게 있다. 조치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써준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하면 안 돼’, ‘해도 돼’가 아니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거다.”

-스타트업에서 차등의결권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얼마나 절실한가.

“OECD 주요 국가 중에 차등의결권이 도입되지 않은 나라가 별로 없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에게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차등의결권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해 혁신을 일으켜야 하지만 결국 투자를 받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현재 매출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버가 80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흑자가 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이 기업이 앞으로 굉장히 잘 되리라 생각해 투자를 더 하려 한다. 차등의결권이 있으면 기업을 계속 경영하면서도 엑싯(exit)을 할 수 있다. 경영권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나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차등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 스타트업에게는 회사를 팔고 나오든지 아니면 경영권의 위협을 받든지, 아니면 투자는 하지 않고 회사를 계속 경영해야 한다.”

-엑싯(Exit, 출구)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창업자의 경우에는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헐값에 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낮은 가치, 저가에 매각하는 방법 외에 다른 경로가 별로 없다. 비율 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IPO가 지나치게 높다. 미국은 인수합병(M&A)이 높다. IPO는 불과 4%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그런 경로가 일반적이다. 스타트업을 성장시켜 구글에 팔거나 페이스북에 파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도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가 투자 삼국지를 벌인다. 우리 경우에는 희박한 확률로 IPO에 성공하거나 회사를 헐값에 넘기거나 문을 닫는다.”

-스타트업도 성장하면 지금 대기업처럼 되지 않겠나.

“예전에는 기업이 수직계열화해야 이윤을 많이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태계를 봐야 한다. 기업 내에서 모든 것을 갖추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갖추지 못한 역량은 생태계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내 정보도 공유하고 네트워킹하고 협력하는 게 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다. 지금의 창업자들이 과거의 창업자들보다 도덕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한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혁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는 점점 활력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문화가 보편화한 것 같다. ‘SKY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도깨비를 누르고 케이블 역대 시청률 1위가 되었다. 굉장히 노력해 위험이 없는 곳으로 가려는 경향으로 보인다. 대학생 장래희망 조사를 보면 공무원이 많다. 공무원의 특징이 위험이 제일 적다는 것이다. 공무원 다음으로 선호하는 직업이 국가가 부여한 면허가 있는 직업, 의사 변호사다. 중국은 창업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중국 대학생 전체를 조사해도 창업하고 싶다는 비율이 40%다. 명문 대학으로 갈수록 90% 이상이 나온다. 중국 젊은이들은 과거 공산당에 입당해 관료로 출세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 생각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스타트업 시켜요’라는 분위기가 되면 스타트업이 잘될 거라고 한다.”

인터뷰=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최성진은

1971년생.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회협력실장 및 마케팅전략팀장. 전 인터넷신문위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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