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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법관의 모함…수치스럽다” 부인에도 끝내 수감된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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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법관의 모함…수치스럽다” 부인에도 끝내 수감된 양승태

입력
2019.01.23 20:00
수정
2019.01.24 02:11
6면
0 0

검찰 “관련 진술 일관되고 조작 가능성도 없다” 반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와 법원 출두 과정에서 침묵을 지켰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후배 법관이 나를 모함했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현 상황을 “수치스럽다”고 까지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바람에 재직 시 불법 행위로 검찰에 구속되는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5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사법농단 수사를 주도한 신봉수 특수1부장과 부부장검사 등 총 7~8명을 대거 투입했다. 부장검사가 영장실질심사에 투입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4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직접 수사를 담당한 베테랑 검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그의 변호인인 검찰 출신 최정숙(52ㆍ23기) 변호사가 모두 형사 사법절차에 능통한 법조인이란 점도 고려됐다.

양측의 공방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범죄와 관련된 사실 관계 소명을 두고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검찰은 주요 혐의를 요약한 프레젠테이션(PPT)을 제시하면서 시각적으로 구속 필요성을 촉구했다. 특히 검찰은 Δ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김앤장’ 변호사를 독대한 사실이 적시된 문건 Δ판사 불이익 처분과 관련해 직접 ‘V’표시를 했다는 기안 문건 Δ대법원장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이규진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등 증거를 제시하며 “단순히 사법농단을 지시하고 공모한 정도가 아니라, 범죄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 핵심 행위자”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건 작성이나 독대 등의 행위에 대해선 “통상 업무의 일환이었고, 독대 사실을 김앤장 변호사가 왜곡해 진술했다”고 반박했으며, 이 부장판사의 수첩 증거에 대해선 “사후에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나를 모함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증거를 역으로 이용해 “명백히 반박 불가한 증거가 아닌 만큼, 향후 법정에서 치열하게 사실관계를 다퉈야 한다”며 “변론권 보장을 위해 구속영장이 기각돼야 한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사건 관련자 진술이 일관적이고 조작 가능성 역시 없다”고 밝힌 검찰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진술 등을 근거로 재반박에 나섰다. “강제징용 사건 개입은 대법원장이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나라 지시해 갔다 온 뒤 보고만 했다”는 등의 구체적 정황을 밝힌 박 전 대법관의 진술로 적극 소명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또 “수십 명의 법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의 무게가 인사보복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보다 수십 배 무겁고 증거도 훨씬 탄탄하다”고도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남용죄는 직무 권한 범위 내에서 영향력을 미쳐 권리행사를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데,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을 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남용할 직권이 없기 때문에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실질심사가 종료되기 직전,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재차 호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그는 영장까지 청구된 현 상황에 대해 “수모스럽고 수치스럽다”고 언급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남은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현 사법농단 사태의 발생과 수사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친정인 법원에 대한 미안함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향한 그는 법정에서와 달리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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