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 포럼 개막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 불참 가운데
시장 개방ㆍ자유 무역ㆍ부의 집중 등 화제에 올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환경 보호” 역설
포퓰리즘ㆍ민족주의ㆍ반(反)이민…. 세계의 위기를 보여주듯 강대국 정상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경제 포럼(다보스 포럼)이 개막했다. 셧다운(연방 정부 일부 폐쇄)에 발목 잡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정신 없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노란 조끼’ 시위대 수습을 위해 노력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 정상이 약속이나 한 듯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진 이번 다보스 포럼에선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이 화두로 올랐다.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도 계속됐다. 프랑스 ‘노란 조끼’로 대표되는 부의 집중에 대한 노동계급의 분노 역시 참가자들의 주요 대화 주제였다. 해외 자본 투자에 대한 제한을 축소하는 것도 의제에 올랐다. 닝가오닝(寧高寧) 시노켐 대표는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가 언제나 환영받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해가고 있다”며 세계 정세가 세계화와 해외 자본 투자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CEO 오찬에서 아프사네흐 마사예크히 베슐로스 록크릭그룹 워싱턴 지부장은 “1970년 이후 지금처럼 정치와 정책의 불확실성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며 "세계 무역, 셧다운, 경제 및 정치 상황을 볼 때 어느 것 하나 불확실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2020년 미국 불황 가능성도 예상했다. 하지만 악셀 베버 UBS그룹 의장은 어두운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고 희망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할 아무 이유도 없다”며 세계 경제 상황의 반전을 내다봤다.
이번 참가자 중 최고위급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포럼 첫날 기조연설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선거운동 중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주장했다가 취임 후 입장을 돌린 그는 “전 세계가 화합해야 한다”며 “저탄소 경제를 추구하고 자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국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포퓰리즘적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장 르네 푸르니에 스위스 상원 의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인상적”이라며 “환경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세계 지도자들의 동조를 호소했다.
한편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전문가 토론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케리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깊은 토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그는 아무 것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