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치매전담실 보호사 줄어든다는데… 현장선 아우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치매전담실 보호사 줄어든다는데… 현장선 아우성

입력
2019.01.24 04:40
수정
2019.01.24 07:40
13면
0 0

 도입 2년 만에 인력 시설 기준 완화 

 정원 12명서 16명으로 늘리고 

 1인실 의무 설치 규정도 삭제 

 요양보호사들 “제때 대응 힘들것” 

Figure 1정부가 요양시설의 치매전담실 인력 기준을 완화하자 현장에선 "인력은 그대로두고 환자를 늘리면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하소연이 나왔다.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Figure 1정부가 요양시설의 치매전담실 인력 기준을 완화하자 현장에선 "인력은 그대로두고 환자를 늘리면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하소연이 나왔다.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요양보호사 1명이 맡아야 할 치매환자숫자를 늘린다고요? 새벽에 요양원 밖으로 나가시려는 환자를 말리는 동안에도 다른 한쪽에선 호출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환자가 늘어나면 제때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질 거예요.”(요양보호사 박미자씨)

정부가 최근 장기요양시설 내의 치매환자 전용공간인 치매전담실의 인력·시설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요양시설 입소자가 30명 이상일 경우, 1실당 정원의 상한을 12명에서 16명으로 높이고 △1인실 의무 설치 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치매전담형 공동생활가정의 경우입소자당 요양보호사 수를 최대 2명당 1명에서 2.5명당 1명으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치매전담실을 운용할 요양시설에 둬야 할 요양보호사 숫자를 줄여도 된다는 얘기다.

치매전담실은 치매환자만 돌보는 ‘치매환자 맞춤형’공간으로 2016년 도입됐다. 요양시설 일부에 설치하거나, 시설 자체를 치매전담형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기존보다 25% 높은 수가(건강보험공단이 시설에 지급하는 서비스 비용)를 책정했고, 입소자 1명 당 월 10만원의 지원금도 준다. 대신 시설은 치매환자의 인지능력 감퇴를 늦추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연간 63시간의 치매 전문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고, 인지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매일 운영하도록 돼있다. 동물을 제시하면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리거나, 숫자 카드를 맞추는 간단한 게임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로 치매전담실은 전체 요양시설 5,315곳 중 46곳에 불과(0.8%)하다. 지난해에는 겨우 5곳이 생겼다. 치매환자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주·야간보호시설까지 합쳐도 75곳에 그친다. 시설운영자들이 인건비와 시설 투자비 부담으로 치매전담실 설치를 꺼렸기 때문이다. 남의 건물을 임대한 소규모·영세 시설(입소자 30인 미만)의 경우, 기존 건물의 구조를 변경하기가 어렵다. 입소자 30명 미만 시설이 전체 요양시설의 69%에 달한다. 정부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치기준을 완화한 배경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전국 치매전담실 운영수.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전국 치매전담실 운영수. 송정근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자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매환자 10명이 거주하는 요양시설에서 5년간 근무했던 요양보호사 박미자(60)씨는 “야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배회하면 환자가 지쳐서 스스로 침대로 돌아갈 때까지 30분이고, 1시간이고 상대해야 한다”면서 “돌봐야 할 환자가 더 늘어나면 상황마다 적절히 대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소변 처리, 식사보조에도 시간이 배로 필요한 상황이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경험이 있는 오모(60)씨 역시 “환자가 많아지면 인지능력을 높이는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혼자 야간에 일하는 경우가 많은 공동생활가정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치매전담형 시설의 경우, 채용해야 할 요양보호사 수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이길원 대한민국요양보호사노조위원장은 “배치기준은 시설이 채용해야 할 요양보호사의 최소한의 숫자를 규정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 근무하는 사람은 1명인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선택’이라면서도 보완책을 주문했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당초 치매전담실 도입 취지였던 가족 같은 서비스, 1대1 밀착관리는 어려워졌다”면서 “전문성 있는 요양보호사 인력 보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요양보호사의 늘어나는 부담이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릴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민정 복지부 요양보험운용과장은 “30인 이상 시설의 경우, 공동거실을 함께 쓰는 인원 수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원 상한을 높이더라도 입소자 수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