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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피로 물든 북아일랜드, 브렉시트에서도 걸림돌

입력
2019.01.27 20:00
수정
2019.01.27 22: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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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피의 일요일'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시에서 일어난 '피의 일요일' 참극 현장. 영국 공수부대의 총에 맞은 17세 소년 재키가 시민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시에서 일어난 '피의 일요일' 참극 현장. 영국 공수부대의 총에 맞은 17세 소년 재키가 시민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캡처.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 재판 없는 구금에 항의하는 시민권 운동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 교도 시위대에게 난데없이 총알이 난사됐다. 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영국 육군 공수연대 1대대의 무차별 발포였다. 14명이 숨지고 13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 14명 중 7명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른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북아일랜드의 비폭력 인권운동은 무장 분리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ㆍIRA)을 중심으로 한 무장 투쟁이 그 세를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건 이전만 해도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주민들은 영국을 적으로 상정하진 않았다. 개신교 주민의 박해에서 보호해 줄 중재자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을 계기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영국의 지배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아일랜드 민족 의식이 자리잡았다. IRA는 197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숙부인 루이 마운트배튼 백작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피의 일요일’ 사건에 대한 복수였다.

테러는 계속 이어졌고, 그 결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도 3,600명에 달했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에 투입하는 인력과 예산도 증가했다. 문화계에서도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뤘다. 아일랜드 록그룹 U2는 1983년 발표된 노래 ‘선데이, 블러드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에서 “많은 희생 속 누가 이겼는가”라고 반문하며 증오와 복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냉전이 퇴조하면서 북아일랜드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신페인당(Sinn Fein)은 민주적 정치 투쟁으로 아일랜드 통일을 이룩하겠다며 정치노선을 바꿨다. 뒤이어 1998년 아일랜드 정부ㆍ영국 정부ㆍ신페인당의 3자 회담을 통해 ‘굿 프라이데이 조약’도 체결되면서 테러는 잠잠해졌다. 같은 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피의 일요일’ 사건 재조사를 명령했고, 12년간에 걸친 조사에 따라 2010년 6월 15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무차별 학살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하게 된다.

그러나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서도 북아일랜드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EU 소속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품에 대한 관세와 노동력의 이동 통제도 이뤄지게 된다. ‘하드 보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EU 측은 2년여간 협상했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데리에서는 차량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영국 경찰은 국경 차단을 우려하는 신(新)IRA 세력이 테러와 관련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21일에도 데리 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차량이 발견되는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중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U2 'Sunday, Bloody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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