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 JTBC 주말드라마 ‘SKY캐슬’ 홈페이지의 소개글이다. 글만 봐선 얄팍한 장삿속이 먼저 감지되는 이 드라마 시청률이 지난 주말 22.3%를 찍어 비지상파 TV드라마의 새 기록을 썼다. ‘그들만의 꼭대기 사회’를 좇는 상류계급의 속물 근성과 허위 의식을 극단적으로 그려 눈길을 모았지만 ‘욕하며 보는’ 관심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 이 시청률 기록도 깨질지 모른다. 지난주 18회의 엔딩이 워낙 도발적이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키우니 말이다. 극중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 분)은 예서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에게 빼돌린 신아고 중간고사 시험지를 내밀며 “예서는 이번에도 전 과목 만점을 받을 겁니다”며 받을지 말지 선택을 요구하고 한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시험지를 움켜쥔다. 이후 드라마 전개와 인물들의 운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온라인에서 스포일러 수준으로 넘쳐난다. 다음회가 아시안컵 한국축구 일정과 겹쳐 결방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뉴스다.
□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B급 감성이 충만한 코너.’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스카이캔슬’ 소개글이다. 장안의 화제 ‘SKY캐슬’을 패러디하면서 ‘성(캐슬)’을 ‘취소(캔슬)’로 뒤튼 것부터 재치가 번뜩인다. 신봉선 송준근 권재관 양선일 김민경 박소라 김니나 등이 출연하는 이 코너는 첫 회부터 “캐릭터들의 스타일링은 물론 말투 손짓 하나까지 소름돋는 싱크로율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일 두번째 방영된 이 코너도 대박 조짐이 보인다.
□ ‘아갈머리를 확…’ 등을 유행어로 만든 드라마와 개그를 본 사람들에게 가장 회자되는 대사는 김주영이 한서진을 세뇌하듯이 반복하는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어머니, 전적으로 저한데 맡기셔야 합니다””그 말은 ‘비극이 생겨도 다 감수하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등이다. 이 말을 듣다보니 손혜원 의원이 투기 의혹을 부인하며 마구 쏘아대는 아무말과 오버랩된다. 자기 확신에 찬 그는 오늘도 “국민 여러분, ‘불세출의 배신 신공’이나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믿지말고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고 말한다. 괴이한 정치드라마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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