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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옭아맬 아킬레스건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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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옭아맬 아킬레스건 세가지

입력
2019.01.20 17:53
수정
2019.01.20 21:3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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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실무 이규진 업무 수첩… 깨알 같은 지시사항에 ‘大’ 표시 

 ②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불이익 대상 직접 V표시ㆍ서명 

 ③김앤장 독대 문건… 강제징용 소송 진행과정 논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서재훈 기자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놓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 상대로는 네 차례 영장을 받아냈지만 전직 대법원장 상대로는 첫 싸움이라 승패를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접 위법행위에 개입한 정황에 기대를 걸고 영장실질 심사에서 ‘건곤일척’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7개월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핵심 관계자 업무수첩 △블랙리스트 문건 △변호사와의 독대 문건 등에 드러난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 흔적을 발견,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을 직접 지시한 ‘주범’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보고라인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아닌, 별도 보고체계를 통해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은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에서 두드러진다.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은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재판개입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등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부장판사를 통해 자신의 의중이 재판부나 일선 법관들에게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업무수첩’ 세 권에 이 같은 지시나 보고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 부분에서 대법원장을 의미하는 '大'자 표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 비망록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長’(비서실장 의미)자로 표시된 것과 매우 닮았다.

검찰은 ‘판사 블랙리스트’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찾았다. 검찰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은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이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고 결재 받은 문건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고를 받은 뒤 문제 판사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지에 대해 직접 ‘V’자로 체크 표시하고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요구대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과정에서도 직접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그는 2015년 5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자신의 집무실 등에서 피고 측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와 세 차례 독대하고, 사건 진행과정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앤장 측이 독대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문건에는 외교부가 소송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면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고등학교 후배 재판에 개입하려 한 추가 혐의가 구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처장은 그간 재판개입 등 의혹에 대해 사법부 조직 차원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방어해 왔다. 하지만 공적이 아닌 개인 목적의 비위행위에 대법관 지위를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전 처장의 해명은 힘이 빠지게 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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