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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반유대주의 논란... 미국 여성 행진 열기 시들

입력
2019.01.20 15:00
수정
2019.01.20 18: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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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여성 행진’ 시위에서 참가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여성 행진’ 시위에서 참가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성 혐오적 발언에 반대하며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조직된 '여성 행진(Women's March)'의 연례 시위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1월 21일 열린 첫 여성 행진은 워싱턴DC에 50만명이 모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올해는 참가 인원이 크게 줄어 맥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들이 대거 정치권에 입성하는 등 여러 성과를 자축할 상황이었지만 행진을 조직한 지도부 내부가 반유대주의 문제로 내분에 휩싸이는 등 시위 동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AFP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인근 프리덤플라자 광장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행진했고, 2017년 10만여명이 참가했던 시애틀에선 4,000~5,000명이 모였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는 수백 명이 참여한 가운데 두 개의 행진이 별도로 열렸다. 그동안 이 행사를 이끌어온 같은 이름(Women's March)의 단체에서 분화된 '마치 온(March On)'이 따로 행진을 조직한 것이다. 2017년 첫 행사 당시 미 전역에서 300만명 이상이 참여하며 우먼 파워를 과시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참가 열기가 썰물처럼 빠진 것이다.

이는 여성 행진 지도부가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인 탓이 크다. 흑인 활동가로서 ‘여성 행진’의 공동의장인 타미카 맬러리가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미국의 흑인 무슬림 단체 ‘네이션 오브 이슬람’의 지도자 루이스 파라칸과 친분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월 맬러리가 참석한 행사에 파라칸은 “유대인들은 남성을 여성으로,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할리우드의 도착적이고 추악한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행진 측은 한 달 만에 파라칸의 발언을 비판했으나 뒷북이란 비판을 받았고 맬러리는 이후에도 파라칸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왔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면서 여성 행진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민주당 전국위 등도 여성행진 후원을 철회했다. 이날 여성 행진에는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커스틴 질리브랜드,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 등이 참여했으나 예전에 비해 유명인들의 참여도가 낮았다.

반유대주의 논란뿐만 아니라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이뤄진 여성들의 정치적 성취가 역설적으로 시위를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조 레거 오클랜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헹진이나 시위는 일부 이슈들이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될 때 오히려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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