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복원이냐,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냐.”
일본에서 나고야(名古屋)성 복원을 둘러싸고 격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나고야시 장애인 단체는 일본변호사연합회에 인권 구제를 신청했다. 나고야시가 지난해 5월 나고야성 목조 복원을 추진하면서 천수각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나고야시 장애인단체는 지난해 11월 천수각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앞서 6월에도 약 600명이 나고야시 결정이 장애인과 고령자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장애인법과 행정기관에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배려를 의무화한 장애인차별해소법에 위배된다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시장은 엘리베이터 설치 대신 장애인을 위한 이동보조 로봇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용화하지 않은 신기술인 탓에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장애인단체 반발에 부닥쳤다. 천수각 복원 과정에서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대피로를 만들면서 ‘원형에 충실한 복원’이란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고야성은 에도(江戸)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명령으로 1612년 건축됐으나 태평양전쟁 말기 1945년 공습으로 소실됐다. 1959년 시민들의 기부 등을 계기로 콘크리트로 재건됐고 3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그러나 내진성 부족에 따른 문제로 다시 손을 봐야 할 상황에 이르자, 지난해 원형대로 목조 복원키로 한 것이다.
나고야성의 엘리베이터 설치 논란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고야성처럼 소실된 이후 콘크리트로 재건한 성이 일본 각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1931년 콘크리트로 재건된 오사카(大阪)성은 1997년 보수공사 때 천수각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2016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구마모토(熊本)성도 복구 과정에서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반면 에도시대 이전 지어진 목조 천수각이 남아 있는 곳은 히메지(姫路)성, 마쓰모토(松本)성, 마쓰에(松江)성 등 총 12곳이다. 이들은 국보 등으로 지정돼 있으며 아직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
문화재 복원 가치를 어디에 둘지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엇갈린다. 가토 마사후미(加藤理文) 일본성곽협회 이사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왜 없던 것을 설치해야 하나”며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할 문제”라며 엘리베이터 설치에 반대했다. 반면 센다 요시히로(千田嘉博) 나라(奈良)대 교수는 “만약 원형으로 보존돼 온 히메지성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면 반대”라면서도 “공금을 사용해 복원하는 사적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장애인, 고령자 등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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