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수도 선언으로 촉발된 예루살렘 분쟁史
트럼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땅” 선언으로 다시 분쟁 격화 기로에
1950년 1월 23일 이스라엘 의회는 예루살렘(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국가선언과 동시에 발발한 1차 중동전쟁(1948년~1949년)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동ㆍ서로 분할됐던 예루살렘의 한쪽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결코 분할되거나 공유될 수 없다”는 게 이스라엘 유대인 강경파들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서예루살렘 수도 선언은 동ㆍ서 모든 예루살렘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의 서막을 올린 것이었다.
이후 예루살렘 완전 점유를 위한 이스라엘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1967년 6월 발생한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 통치하에 있던 동예루살렘을 장악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예루살렘 점령을 끝낼 것을 촉구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1984년 동예루살렘의 대표적 성지인 ‘통곡의 벽’을 국가재산으로 등록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은 피점령인으로 전락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했고 결국 1980년대 중동을 핏빛으로 물들인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 봉기)로 이어졌다.
분쟁 종식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3년 9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상호 정부를 인정하고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은 미래 팔레스타인정부가 통치하는 내용을 포함한 오슬로 평화협정이 도출되기도 했다. 1995년 11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유대인에 의한 피살 등 몇 차례 고비는 있었으나 적어도 예루살렘을 둘러싼 양측 간 대규모 분쟁은 이후 두드러지지 않았다.
잦아드는 듯한 예루살렘의 핏빛 역사에 느닷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예루살렘 문제에서 어느 한편을 들지 않는다는 미국의 불문율을 깨고 2017년 12월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문을 연 결정”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총격과 폭탄 공격으로 20여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알샤바브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예루살렘 문제를 둘러싼 긴장감 상승을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 탓으로 돌릴 순 없다. 다만 그의 ‘개입’이 예루살렘을 빼앗긴 다른 민족들의 반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예루살렘은 다시 공존이냐, 분쟁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 듯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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