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없이도 전철 경강선 타고가… 가·나 코스 순환형
여주보·이포보 경관에 탄성… 5일장 고구마·땅콩 구입 필수
관광 후 허기진 배...후루룩 막국수가 최고인 ‘나’ 코스
15일 오전 11시 30분 경기 여주시 전철 경강선 여주역 앞 정류장. 빨간색 버스 한 대가 승강장을 돌아 정류장에 정차했다.
버스 앞과 옆면에는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라고 적혀있다. 여주시내 관광지를 순환하는 여주 시티투어버스다.
여주시티투어 버스는 가이드가 없는 순환버스다. 관광객들이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자유롭게 관광하고 다음에 오는 버스를 이용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식이다.
순환버스다 보니 별도의 예약 없이 버스도착 시간에 맞춰 해당 장소에 서 있으면 된다.
코스는 모두 두 개 노선이다. 세종대왕릉이 있는 만큼 코스 이름도 ‘가’와 ‘나’로 지었다.
도착한 버스는 ‘나’ 코스행이었다. 이용금액 5,000원(성인기준)을 내고 승차권을 끊어 버스에 올랐다. 예정된 시간인 오전 11시 35분 여주역을 출발한 버스는 5분 여 뒤 여주5일장(한글시장) 앞에 도착했다.
여주5일장은 서로 연결된 전통시장인 한글시장과 제일시장에서 매월 5일과 10일이 들어가는 날 선다. 한글 도시임을 자부하다 보니 시장 내 가게의 모든 간판이 한글이다. 특히 토요일에는 토요번개장터가 열려 반짝 세일을 해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여주의 특산품 고구마와 땅콩 구입은 필수 코스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1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두 번째 장소는 사계절, 볼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천년의 고찰 신륵사다.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세종대왕릉의 원찰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많은 유물ㆍ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구룡루가 액자의 틀처럼 보여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해 관광객들의 인기 코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륵사 입구에는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선착장이 있다. 조선시대 당시를 누볐던 황포돛배가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누런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던 배다. 여주시는 이를 유람선으로 제작, 운행하고 있다. 여주는 조선시대 4대 나루 중 ‘이포’와 ‘조포’ 등 두 개의 나루를 보유하던 곳이다. 황포돛배 유람선을 띄운 이유다. 남한강을 따라 신륵사와 영월루, 세종대왕릉을 유람할 수 있다. 겨울철 강이 얼면 운행은 중단되지만 봄이 되면 서울 한강 유람선과는 또 다른 운치있는 한강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세 번째 도착지는 효종대왕릉이다. 당초 세종대왕릉이 정거장이지만 4년 여 전부터 정비공사 중이어서 임시로 정류장이 바뀌었다. 정비가 완료되는 올해 말까지 입장료는 무료다. 정거장도 옮겨진다.
효조대왕릉 관리사무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앙상한 나뭇가지보다 30m 길게 솟은 소나무들이 맞이한다. 소나무들은 누가 임금을 알현하러 왔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산책로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었다. 왕릉 주변에는 왕릉을 향해 절을 하는 듯 보였다. 조선 17대 왕인 효종과 인선왕후의 쌍릉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고 세종대왕릉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효종대왕릉 왼쪽 산책길을 따라 30분 정도 가다 보면 세종대왕릉에 도착할 수 있다. 주변이 정비중이어서 다소 어수선하지만 두 능의 위용만큼은 당대 최고의 왕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듯 했다.
순환버스를 이용해 투어에 나선 성영신(75)씨는 “요즘 딸과 함께 버스투어를 위해 서울에서 전철타고 왔다”며 “지난번에 차를 타고 왔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을 보지 못해 아쉬워 다시 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코스가 많고 잘 짜진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온 딸은 “방학을 맞아 역사공부를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한 번쯤 돌아보는 코스로 딱인 것 같다”며 “차창밖으로 보이는 남한강변의 풍경도 좋고, 좌우로 논밭이 있는 좁은 시골길을 달리니 마음도 편안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의 다음 행선지는 여주보와 이포보다. 4대강 사업의 산물이다 보니 관광객들마다 긍정과 부정적 의견으로 나뉜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주변 경관과 자연의 섭리를 보고 나면 긍정ㆍ부정을 떠나 모두들 탄성을 짓는다고 한다.
특히 여주보와 이포보로 이어지는 지방도 333호선은 봄이 되면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변모한다. 도로 양쪽으로 심어진 벚꽃이 피면서 터널을 이뤄 관광객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란다.
‘나’ 코스의 마지막 코스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막국수촌’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곳에서는 관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모두 6곳이 운영 중인데 여름이면 번호표를 뽑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어 오히려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생긴다. 각 식당 앞에는 40~50대가 댈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버스는 환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륵사에 다시 들렸다 첫 출발지인 여주역로 돌아왔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15분이었다.
여주역 주차장에서 만난 관광객 김은자(64)씨는 “모처럼 4명의 친구들과 여행을 겸해 왔는데 관광지들이 차분하고 조용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 일행은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일행인 최미숙(64)씨는 “시티투어 버스가 있는 줄 알았으면 전철타고 더 여유롭게 왔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김씨도 “다음에 기회 되면 값도 싼 여주투어 한 번 더 와야겠다”고 덧붙였다.
역사 기행 ‘가’코스... 쇼핑은 덤
‘가’ 코스 역시 순환형으로 운행된다. ‘가’ 코스는 세종대왕릉(효종대왕릉)을 시작한다. 이어 무형문화재 목아 박찬수 선생이 수집한 6,000여 점의 불교관련 유물과 용품이 전시된 목아박물관과 4대강 강천보로 이어진다.
네 번째 코스는 우리나라 생태공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금은모래 강변공원이다. 야생초 화원을 비롯해 20분의 1로 축소해 만든 옹관묘와 장군총 등 명승고적지 감상도 가능하다.
식물의 생태와 기능에 따라 특색화한 14개의 테마정원으로 꾸며진 황학산수목원이 다섯 번째 정거장이다.
여섯 번째 정거장인 명성황후생가는 조선 26대 왕인 고종 황제의 황후인 명성황후가 출생해 여덟살까지 살았던 집이다. 숙종 13년(1687)에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은 1996년 복원된 것이다.
‘나’ 코스에 ‘막국수’가 있다면 ‘가’ 코스에는 쇼핑, 여주프리미엄 아울렛이 있다.
이 곳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27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매일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 판매가 이뤄져 여주의 대표적 쇼핑 명소로 꼽힌다.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 이용시간은 두 코스 모두 1시간 30분 안팎이다. 중간에 내리지 않고 버스만 이용했을 때 기준이다. 관광을 위해 내렸다가 다시 타려면 1시간 뒤 내렸던 장소에 서 있으면 다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코스별 환승도 가능하다. 여주역과 신륵사, 세종대왕릉(효종대왕릉)이 환승 정거장이다.
두 코스 모두 첫 차 출발 후 1시간 간격으로 모두 7회 운행한다. 요금은 성인기준 5,000원이며 만 3세 이하는 무료다. 티켓 한 장으로 두 코스 모두 이용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여주역관광안내소(031-881-2990) 또는 종합안내소(031-887-26896)으로 문의하면 된다.
여주=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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