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혼여성 중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3%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미혼여성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16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결혼ㆍ출산 가치관을 묻는 조사에서 서울 미혼여성의 2.9%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베이징 미혼여성의 응답률(19.4%)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서울의 경우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66.7%)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조선주 성인지예산센터장이 서울과 베이징에 거주하는 미혼여성(만 25~34세) 각 400여명을 대상으로 해서 나온 결과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결혼제도의 가부장성’을 지목한 비율이 서울 미혼여성(18%, 중복응답)이 베이징 미혼여성(3.9%)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여성 모두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이유로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각각 37.3%)를 첫 손에 꼽았다. 서울의 경우 ‘결혼하기 이른 나이’(21.1%), ‘결혼제도의 가부장성’이 2,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베이징은 ‘결혼 후 생활비 지출 부담’(20.8%), ‘결혼과 직장 병행 어려움’(19.1%) 순이었다.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서울(5.8%)은 베이징(30.3%)의 약 5분의 1 정도였다. 김영란 연구위원은 “경제적 문제 등 베이징 여성이 결혼하지 않은 주요 이유는 정책을 통한 지원으로 풀 수 있지만, 한국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요소로 지목한 가부장적 결혼제도는 정책으로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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