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주말 전국을 뒤덮었다. 13일 수도권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까지 발령된 가운데 시민들은 따뜻한 주말인데도 나들이 대신 집안에서 지내야 했다. 월요일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비상저감조치는 14일까지 연장된다. 이에 따라 화력발전의 출력이 제한되며, 14일 서울지역에서는 2005년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2.5톤 이상 경유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13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한때 ‘매우 나쁨’ 기준(76㎍/㎥)을 크게 넘어선 112㎍/㎥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낮 최고 기온이 7도를 기록하며 포근했는데도 시내 곳곳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서울 광화문 광장엔 인적이 드물었고 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도 미세먼지를 이유로 이틀 연속 운영을 중단해 썰렁한 모습이었다. 도로도 한산했다. 개인 택시운전 기사 김창연(58)씨는 “야외 활동이 확 줄어든 탓에 하루 종일 막히는 곳도 없이 도로가 한산하다”고 전했다. 야외 활동을 취소하고 집 안에 있기로 계획을 바꾼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박모(25)씨는 “평소 기관지가 워낙 약해 아침에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한 뒤 외출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동작구 사당역 인근도 매우 조용했다. 이 곳에서 20년째 닭 꼬치와 어묵을 팔고 있다는 정현태(49)씨는 “낮 12시쯤 나왔는데, 평소보다 절반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다섯 살 딸과 함께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어가던 주부 오하나(36)씨는 “모처럼 주말에 여유가 생겨 딸을 데리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더 공기가 안 좋아서 바로 후회했다”고 말했다.
서울뿐 아니라 이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크게 치솟았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기(81㎍/㎥) 충북(85㎍/㎥) 전북(79㎍/㎥)에서 ‘매우 나쁨’(76㎍/㎥이상), 서울(75㎍/㎥) 부산(70㎍/㎥) 충남(74㎍/㎥) 등에서 ‘나쁨’(36∼75㎍/㎥) 수준을 기록했다.
14일에는 미세먼지가 더 심해져 수도권, 강원 영서, 충청권, 광주, 전북은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14일에도 대기가 정체되고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까지 유입돼 전국적으로 농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15일에는 북서쪽에서 찬 바람이 불면서 대기활동이 활발해져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4일에는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과 부산, 충청권(대전ㆍ세종ㆍ충남ㆍ충북), 전라권(광주·전북) 등 17개 광역시ㆍ도 중 10곳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각 시도는 재난문자 발송, 전광판 등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비상저감조치 발령 상황을 알리고 공공 사업장ㆍ공사장 운영 조정 등의 조치에 들어간다.
수도권에서 비상저감조치가 이틀 연속 시행되는 것은 지난해 1,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14일은 공공ㆍ행정기관의 차량 2부제(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만 운행가능)가 시행되고 서울에선 2005년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2.5톤 이상 경유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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