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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선 퇴진 압박, 밖에선 외교 압박... 베네수엘라 대통령, 손 내밀 곳이 없다

입력
2019.01.13 16:46
수정
2019.01.13 23:4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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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도 의장 “마두로, 대권 찬탈”

美ㆍ리마 그룹도 권력 이양 요구

시민 움직임이 정권 운명 가를 듯

12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엔 대표단과 면담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12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엔 대표단과 면담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야권 연합이 장악한 의회의 후안 과이도 의장이 11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 민주적 정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야권 연합이 장악한 의회의 후안 과이도 의장이 11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 민주적 정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향한 국내외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 이튿날인 11일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대표하는 후안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집회를 열고 “마두로는 불법 대권 찬탈자”라며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23일 정권을 압박하는 전국 단위의 집회에 동참해 달라고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호소했다.

야권 연합은 2015년 총선 승리로 의회를 장악했지만, 2017년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해 의회를 무력화하고 지난해에는 대선까지 치러 집권을 연장했다. 현재로서 의회에는 실권이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과이도 의장의 선언은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래도 국제사회는 과이도 의장의 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과이도 의장이 스스로 임시 대통령 지위를 선포한 것을 환영한다. 국제 사회와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당신을 지지한다”라고 적었다.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과이도 의장의 “용기 있는 결단”을 칭송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과이도 의장을 신임 대통령으로 공식 승인하는 데까지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영리 인권운동기구 라틴아메리카워싱턴사무소(WOLA)의 제프 램지 부대표는 “여전히 베네수엘라 석유의 상당량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등 양국 간 경제적인 이해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면 외교 단절이 오히려 베네수엘라 내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줄일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신 미국은 중남미에서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함께 외교 압박을 가하는 쪽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역 내 뜻이 맞는 국가들과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적 이행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를 보여 준다. 페루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캐나다 등으로 구성된 ‘리마 그룹’은 지난 4일 마두로 대통령에게 권력 이양을 요구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에 동참했다.

쿠바ㆍ볼리비아 등 중미의 몇 안 남은 좌파 정권 국가와 러시아ㆍ중국ㆍ터키 등 비서구 국가들이 마두로 정권에 손을 내밀고 있어 베네수엘라가 완전히 고립된 처지는 아니다. 또 남미 우파 국가들도 군사 개입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다. 결국 마두로 정권의 운명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손에 달린 셈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필 건슨은 “최근 마두로 정권을 둘러싼 그물망이 좁아지고 있다”면서도 “향후 몇 개월간 안팎의 도전을 막아낸다면 권력 집중이 오히려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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