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 WKBL 제공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의 성폭행 피해 사건이 체육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12년 전인 2007년 “남성 지도자의 성범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스포츠계 인사가 있었다. 여자 농구계의 대모 박찬숙(60)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다.

12년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이었던 박 본부장은 당시 한 여자농구팀 남성 감독이 소속팀 선수를 성추행 한 혐의로 구속되자 “(체육계) 성범죄는 또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빈 메아리가 됐고 12년 후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됐다.

박 본부장은 10일 전화 통화에서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린 선수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는지 너무 가슴 아프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성적을 내기 위한 훈육과 그 이상의 지나친 행동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 본부장은 특히 빙상 같은 개인 종목은 소수 지도자가 여러 선수를 가르치는 단체 종목보다 더 특수한 지도자-선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박 본부장은 “지도자와 선수는 어디까지나 교육자와 피교육자로서의 선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 이상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 선수들에게는 여성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무조건 여성 지도자로 전원 교체하자는 게 아니라,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남성 감독을 선임할 경우, 코치진 중 일부는 여성으로 꾸려 여성 선수들이 감독에게 토로할 수 없는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남성 지도자와 여성 지도자가 서로 공존하면서 역할 분담을 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