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분석과 뜨거운 연주가 공존하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작곡가와 하나의 심장을 느끼고 싶다고 말하는 파격적 행보의 대표주자가 잇달아 베토벤을 연주한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있어,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닌 베토벤을 느껴볼 수 있는 연주회가 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베토벤에 천착해 온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인 데카 레이블에서 베토벤 소나타가 담긴 음반을 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깊이와 존경의 최희연 

“지겨운 선은 지난 것 같고, 좋다가 지겹기도 하고 한 몸인 것처럼 느껴지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어요. 부부생활과 비슷하죠.”

서울대 음대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최희연(51)에게 베토벤은 그런 작곡가다. 오랫동안 베토벤에 천착해온 그의 연주는 피아니스트들마저 찾아 듣게 한다. 최희연은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진행한 첫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전석 매진시켰다. 10년 뒤에는 피아노 트리오,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를 위한 소나타와 변주곡을 모두 연주하며 또 다른 베토벤 사이클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독일, 미국, 한국에서 두 번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완주했다.

이번엔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인 데카 레이블에서 베토벤 소나타 18번, 26번, 27번, 30번을 담은 음반을 냈다. 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전곡 사이클(연주)을 두 번 하면서 모든 곡에 애정이 있어 선곡이 어려웠다”며 “음반은 계속 남는 것이기 때문에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유기적으로 관계된 곡을 골랐다”고 말했다.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동반자 같았다. “어린 시절 가정에 어려움에 있을 때 시원하고 확고하면서도 날 붙들어주는 음악”이 베토벤이었다. 물론 베토벤과의 관계는 혹독하기도 했다. 독일 유학시절에는 당시 아시아인의 연주를 “틀렸다”고 말하는 독일 음악인들 때문에 서러움도 많이 겪었다. “그랬는데도 베토벤을 하고 나니 슈베르트, 쇼팽,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할 때는 제가 열쇠를 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베토벤을 놓지 못했죠. 베토벤은 카타르시스를 주고 마침내 해결도 주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어요.”

소나타 27번과 30번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 작곡한 곡이다. 이달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최희연의 음반 발매 연주회에서는 ‘절망 속에서도 열정을 노래하는’ 곡을 만나볼 수 있다. “베토벤은 숭고의 의미를 붙들었던 사람이에요. 숭고함을 잊은 현대 사회에 그 아름다움을 화두로 던지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자신의 철학과 세계가 뚜렷하다. 그는 "입시곡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작곡가의 심장과 하나되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작곡가와 심장으로 소통하려는 임현정 

전통을 중시하는 클래식계에서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자주 따라 붙는 연주자인 임현정(33)도 2년 만인 국내 독주회(2월 26일ㆍ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을 택했다. 8일 서울 종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현정은 “베토벤은 애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바흐는 일생을 아무리 읽어도 아버지 같은 마음이 떠나지 않는데 베토벤은 그 힘든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에요.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돌봐주고 싶다고 할까요.”

임현정은 데뷔부터 독특한 행보를 이어 왔다. 건반 위를 빠르게 내달리는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으로 유튜브 스타로 떠오르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 직무를 맡은 후 콩쿠르가 비예술적이라며, 심사위원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베토벤과 바흐는 “기둥”이다. 임현정은 2012년 EMI클래식에서 베토벤 피아나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번 독주회는 베토벤의 첫 소나타로 시작해, 마지막 소나타인 32번으로 끝맺는다. 그 사이에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를 배치했다. “베토벤의 운명과의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이 나는지 전곡을 연주하지 않아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20대 초반에 작곡한 1번은 반항적이고 운명과 전투를 하는 곡이에요. 마지막 곡은 더 이상 싸움도 승리할 필요도 없는 화해의 노래고요.”

임현정은 작곡가의 심장과 공감하기를 원하는 연주자다. 한국에서는 입시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두 작곡가의 곡에 붙은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베토벤이 운명에 던진 도전장이 그 사람의 인생을 공부하면 음악에서 더 느껴져요. 그가 느낀 신분차별의 벽을 저도 유럽에서 인종차별로 느꼈거든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베토벤의 마음이 더 잘 느껴져요.” 임현정은 스위스에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과 청소년 교육 활동 등 사회활동에도 열심이다. 지난달에는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뇌샤텔에서 다른 문화간 교류를 촉진한 이들에게 표창하는 국제문화상을 수상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김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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