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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의회 갑질 피해 가이드 “폭행·모욕 참았는데 교체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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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의회 갑질 피해 가이드 “폭행·모욕 참았는데 교체 당해”

입력
2019.01.08 09:50
수정
2019.01.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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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에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지난 해 연말 다녀온 미국-캐나다 연수 중 현지 가이드 폭행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당시 연수에 함께 참석했던 이형식 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4일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에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지난 해 연말 다녀온 미국-캐나다 연수 중 현지 가이드 폭행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왼쪽은 당시 연수에 함께 참석했던 이형식 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유성 해외 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까지 요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사건’의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갑질’의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는 당시 폭행과 모욕을 당하면서 이의제기 조차 제대로 못했지만 가이드 업무 도중에 교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행 가해자인 박종철 부의장이 해명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는 지경까지 이르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의 보도(#예천군의회 부의장 미국 현지 가이드 폭행 물의) 후 경북 예천군의회의 추태 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피해자인 현지 가이드 A씨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폭행 사건은 지난 해 12월 23일(현지 시간) 저녁 캐나다 토론토의 한 관광지 부근에 있던 버스 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6,2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주였던 해외 연수에는 경북 예천군의회 이형식 의장 등 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이 참가 중이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박종철 부의장이 버스 안에서 안경을 쓴 A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박종철 부의장은 이에 대해 “여행일정이 너무 빡빡해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위해 일정 조정을 요구했으나 예정대로 하겠다는 가이드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가이드 얼굴이 팔에 맞았다”고 뒤 늦게 해명했었다.

그러나 A씨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전혀 달랐다. A씨는 일행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소주 7병 가량을 마신 박종철 부의장이 식당의 복도에 쭈그려 앉아 있는 걸 보고 괜찮은지를 물은 후 먼저 버스에 탑승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박종철 의원은 (버스) 뒷자리에 누워 있었고 이형식 의장님하고 또 다른 의원님하고 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박종철 부의장이) 갑자기 일어나서 저한테 주먹을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박종철 부의장이 일정 문제로 언쟁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서 말싸움 중에 손사래를 치다가 손톱에 긁혔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사건 당시에 저는 박종철 의원과 언쟁을 벌인 적도 없으며 대화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A씨에 따르면 폭행 사고 발생 후 가해자인 박종철 부의장은 단 한번도 직접 사과를 한 적이 없었으며 합의금 명목으로 받았던 5,000달러 가량의 돈도 다른 의원들이 갹출해서 전해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합의서를 작성한 직후 박종철 부의장은 태도를 돌변해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라며 막말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을 자신이 직접 돌려보낸 상황에 대해서도 “(박종철 부의장을) 연행해 가겠다고 하는데 그분을 연행하면 또 나머지 일정이 망가지니까 경찰한테 (연행하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했다”며 “호텔 가서 (의원들의) 체킹을 해 드리고 근처의 응급실로 다시 가서 치료를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A씨의 부인이 한국일보 등 일부 언론에 제보하면서 드러난 모 의원의 접대부 요청에 대해서도 A씨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당사자는 “권모 의원”이라고 실명까지 밝힌 A씨는 “처음에는 당황했다. 농담하는 건가 했는데 ‘이거 농담 아니다. 정말로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좀 찾아봐 달라’고 했다”고 권 의원의 말을 전했다. A씨는 이어 “여기(캐나다 토론토)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그랬더니 ‘보도’를 불러달라고 그랬다”고 밝혔다. 보도란 단란주점 및 유흥업소에 술 시중이나 성매매를 위해 호출하는 여성 접대부를 일컫는 말이다. A씨는 “너무나 당황해서 보도 기자를 불러달라는 말씀이냐고 받아친 적이 있다”며 “버스 안에서 또 버스 밖에서 여러 번 그렇게 (권 의원이) 부탁을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A씨는 연수 일정 중 묵었던 호텔에서 의원들이 방문을 연 채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자 민원이 들어와 호텔 관계자로부터 두 차례 주의 전화를 받기도 하는 등 예천군 의회 관계자들의 또 다른 ‘추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A씨는 이날 인터뷰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누군가가 나서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그 후에도 3일간이나 현지 가이드 업무를 더 수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폭행 건에 대해 일행들에게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박종철 부의장의 ‘갑질’로 자신이 업무 중에 교체된 사실을 강조했다. A씨는 “(박종철 부의장이) 여행사 대표한테 내일 아침에 당장 현지 여행사 바꾸고 가이드 바꾸라며 큰 소리 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들었다”며 “결국은 마지막 날 제가 교체가 됐다”고 말했다.

박종철 부의장은 논란이 확산 된 후 예천군의회 부의장 직을 사퇴했으며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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