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고록(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두 차례 피고인 출석을 거부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강제 구인키로 하고 7일 구인장을 발부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지 않자 “두 번째 출석 요구까지만 소환장을 발부하겠다”며 강제구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열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김 판사는 이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기일을 3월 11일 오후 2시30분으로 정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곧바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 유효기간은 3월 11일까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 재판 기일에 전 전 대통령을 강제로 법대에 세우게 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3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5ㆍ18 때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게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형사재판 당사자다. 이 때문에 검찰과 5ㆍ18단체 등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첫 공판 기일 때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 1일로 공판 기일을 연기했으나 전 전 대통령 측이 관할이전신청(9월 21일)을 내면서 또다시 공판이 3개월 뒤로 미뤄졌다.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도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못해 광주시민들께 송구하다. 피고인이 현재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워 무리하게 출석할 수 없었다”면서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도 정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이 강제로 법정에 끌려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오늘 기일엔 피고인이 예측하지 못한 병환으로 불출석하게 됐다. 법원이 피고인을 (강제) 구인 안 하더라도 출석하겠다.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통일 민주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늙고 병든 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굴욕을 주려고 한다”며 반발,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인간 방패막을 만들어 검찰의 강제구인을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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