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는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쯤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모텔에서 신씨를 발견했고 생명에 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신씨는 모텔 객실 안에서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으며, 스스로 걸어나와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이날 오전 7시쯤 대학 친구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예약 전송하고 잠적했다. 문자를 받은 신씨 친구는 오전 8시 19분쯤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은 관악구 소재 신씨의 주거지에서 3장짜리 유서와 휴대폰을 발견했다. 휴대폰은 신씨 명의가 아니라 그가 전날 대학 선배로부터 건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성청소년수사팀과 강력팀을 투입,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신씨의 행적을 추적 하는 한편 신씨가 인근 모텔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신씨 주거지 인근 모텔을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갔다.
신 전 사무관의 잠적 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 전 사무관이 남긴 유서 전문이 올라왔다. 신 전 사무관은 이 글에서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 그래도 전 잘한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 제가 지적한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제가 죽어서 조금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수색을 계속하던 경찰은 낮 12시 40분쯤 신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후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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