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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경제인]외환위기로 사라진 은행 직원들, 핀테크로 일어서다

입력
2019.01.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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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극복한 오뚝이 경제인 

 <4> 윤완수 웹케시 대표 

2018년 1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만난 윤완수 웹케시 대표가 회사 창업,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18년 1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만난 윤완수 웹케시 대표가 회사 창업,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 부산에 본점을 둔 동남은행은 전자금융의 개척자로 불렸다. 은행권 최초로 기업 전용 온라인 은행업무 시스템인 펌뱅킹 서비스(Top Line)를 개발한 것이 출범(1989년) 2년 만인 1991년, 부산시와 손잡고 현재 교통카드 시스템의 시조 격인 ‘하나로카드’를 처음 도입한 것이 1997년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버텨내지 못한 채 1998년 6월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흡수되고 말았다.

은행은 사라졌지만 당시 은행권 최대 규모(60명)였던 동남은행 전자금융센터가 가진 노하우는 금융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웹케시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주택은행, 부산은행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직원 8명은 이직 1년 만인 1999년 7월 부산대 창업지원센터 내 23㎡(7평)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 모여 ‘고객의 금융하는 방식을 바꾼다(We change the way of banking)’는 모토로 회사를 차렸다.

그렇게 출발한 웹케시는 창업 20년 만인 이달 25일 핀테크 기업으로는 첫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직원 수도 300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창업 멤버들이 경영 일선을 책임지고 있다. 윤완수(56) 대표도 그 중 하나다. 동남은행 기획팀에서 전자금융센터 지원 업무를 맡았던 윤 대표는 합병 후 주택은행에 다니다가 센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석창규(57) 회장에게 동업 제안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석 회장이 ‘국내 최고였던 동남은행 전자금융센터의 기술이면 뭔들 못하겠느냐’며 끈질기게 찾아왔다”며 “자신감도 생겼고 다니던 직장이 망하는 경험을 하며 도전정신도 생긴 터라 회사에 합류했다”고 회고했다.

웹케시는 창업 이듬해인 2000년 편의점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최초로 보급하고 2001년엔 기업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최초로 구축하며 전자금융 시장에서 ‘준비된 신인’의 실력을 뽐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돈을 보낸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시장 개척이 쉽진 않았다. 윤 대표는 “기업이 자금을 이체하려면 사장에게 인감도장을 받아 은행을 방문해야 했던 시절”이라며 “편의점에 ATM을 둔다는 발상을 했을 땐 사방에서 장소 낭비라는 비아냥이 따랐다”고 돌아봤다. 직원들은 ‘인터넷 망을 통한 금융’이라는 낯선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은행과 편의점 본사에 살다시피 했다.

인터넷 뱅킹과 편의점 ATM의 존재가 익숙해지자 시장은 급속히 넓어졌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사업 확장 속도에 비해 투자가 뒤따르지 않았다. 당시엔 기관투자자의 벤처 투자가 활발하던 시절도 아니었다. 돈이 부족할 때마다 백기사 역할을 한 건 동남은행 출신 옛 동료들이었다.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투자에 나서준 덕에 지난해 7월 기준 웹케시의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수는 961명, 이들의 보유 지분은 43.58%에 달한다.

사업은 궤도에 올랐지만 웹케시는 안주하지 않았다. ATM, 온라인뱅킹 시스템 등 종전 주력 사업인 금융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 철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창업 초기와 지금의 금융 IT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회사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2004년부터 조금씩 키워온 기업간(B2B)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들이 토스, 뱅크샐러드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웹케시의 통합자금관리 서비스(브랜치, 경리나라)를 활용해 금융거래는 물론 자금 관리도 한번에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비유하자면 기업 시스템에 은행 온라인 지점이 들어오는 셈이다. 웹케시는 나아가 자사가 구축한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치도록 ‘판’을 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웹케시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최소 230억원을 조달해 기술 연구개발(R&D)에 42억원,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인프라 구축 및 마케팅에 188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망치를 쥐고 있으면 못 밖에 안 보인다’고, 지난 20년간 새로운 IT 기술이 탄생하면 어떻게 금융에 접목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성장해왔다”며 “금융하는 방식은 쉼없이 바뀌겠지만 동남은행 시절부터 지금까지 붙들어온 화두인 ‘연결’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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