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와 함께 가덕도 신공항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10년간 지속돼 오다 잠잠해진 동남권 신공항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에도 같은 소신을 밝혔다가 대구ㆍ경북 지역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민단체들이 동시에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부ㆍ울ㆍ경 지자체장들은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상경투쟁까지 예고했다. 이들 지자체장들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 설치와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적 합의와 정부 국책사업의 기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10년 지역 갈등의 핵이었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영남권은 분열 양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관련 5개 지자체장 합의에 따라 2016년 프랑스 업체의 용역을 바탕으로 김해신공항 건설로 결정되면서 갈등이 봉합됐고, 국토부는 최근 2021년 착공과 2026년 완공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부ㆍ울ㆍ경 지자체장들은 자체 검증단의 중간보고를 근거로 다시 기본계획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검증단은 장기수요 예측과 24시간 운영 여부, 안전ㆍ소음 문제 등에서 국토부와 의견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2년 전에 다 걸러진 내용들이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나 새로운 위험요소 등 변수가 등장한 것도 아니다. 김해신공항을 동남권의 관문공항, 명품공항으로 만들기 위한 주장이라면 수용할 만하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기본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다시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지역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나마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에 오류가 없다고 버티는 것이 다행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이 뒤집혀서는 안 된다.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면 김해신공항 완공 시점마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해당 지역과 주민 몫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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