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객관적 증거 아니다” 반박, 유감 표명… 한일갈등 격화
일본 방위성이 우리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레이더 가동 문제와 관련,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을 조준한 증거임을 주장하는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국방부는 “(레이더로 조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함으로써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위성은 이날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ㆍ조준해 쏨) 사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3분7초 분량의 영상은 일본 측이 전날 양국 국방 당국자협의에서 제시했으나 국방부는 증거로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자료다. 방위성은 영상과 관련해 △P-1이 화기 관제 레이더로 일정시간 계속해 여러 차례 조사된 점 △P-1이 광개토대왕함과 일정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한 점 △P-1이 광개토대왕함에 영어로 세 차례 레이더 조사 의도를 확인하려 한 점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6분쯤과 8분21초쯤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탐지했다’는 대원들의 대화가 등장한다. 이에 대한 확인 차 광개토대왕함 후미를 지나가면서 촬영했고, 영어로 세 차례 “한국 해군함정 971, 여기는 일본 해군”이라고 호출하면서 “함정의 화기 관제 레이더 안테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신들의 행동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으나 우리 측 응답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일본 측 영상을 보면 P-1은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소속 함정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을 옆을 500m 접근해 촬영했고, 이는 함정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거리”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일본 측이) 위협 받았다면 ‘당장 중지하라’고 해야지 ‘너희 안테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 의도가 뭐냐’고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인 화기 관제 레이더의 조사 여부에 대해선 “대화만으로는 우리 측 추적레이더로부터 조사됐다고 볼 수 없다”며 “조사 받았다면서도 추적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 구축함이 실제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쐈다면, 해당 기록이 초계기에 남아있을 텐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뜻이다.
국방부도 “한일 간 실무화상회의를 연 지 하루 만에 일본 측이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측이 공개한 영상은 단순히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서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 측은 국제법과 무기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의해 나가야 함에도 일방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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