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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진 명백한 불성실 없다면, 환자 사망책임 병원에 못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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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진 명백한 불성실 없다면, 환자 사망책임 병원에 못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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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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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 상징조형물.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 상징조형물.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의료진의 명백한 불성실 진료가 있던 상황이 아니라면, 검사와 치료를 다소 늦게 받은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사망한 책임을 의료진에 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11년 3월 응급치료를 받은 뒤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A씨의 부모들이 B병원과 C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원고패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2월 11일 밤 8시쯤 두통, 메스꺼움, 구토 증상 때문에 2차의료기관인 B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B병원 측은 A씨의 혈액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수액과 구토 억제제만 투여한 뒤 약 1시간 후 A씨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A씨는 퇴원 7시간 후인 다음날 오전 4시쯤 증상이 재발해 B병원을 다시 찾았고, 병원 측은 생체징후(바이탈)가 정상이고 1차 내원 때 혈액검사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구토 억제제만 투여하고 A씨를 입원시켰다. A씨의 상태는 오전 5시50분부터 급격히 악화돼 7시 45분쯤에는 혼수상태(코마)에 빠졌다.

그러자 병원은 8시쯤 뇌 단층촬영(CT)검사를 거쳐 그를 중환자실로 이동시켰다. 8시20분쯤 실시된 혈액검사에서 혈중 칼륨 농도와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높아지고 혈중 수소이온농도(pH)가 떨어지자, 병원 측은 A씨의 병명을 대사성 산증 및 급성 신부전으로 판단했다. 대사성 산증은 체내에 산성을 유발하는 대사성 물질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인데, 동맥 혈액 pH가 7에 가까워지면 호흡곤란이나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급성 신부전은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B병원 측은 A씨의 상태나 나아지지 않자 오전 11시쯤 그를 인근 상급종합병원인 C병원으로 보냈다. C병원은 오전 11시 30분 뇌 CT검사에서 특히 사항이 없고 오후 12시40분 요추천자검사(뇌척수액 채취검사)에서 세균감염이 발견되지 않자, A씨의 상태를 대사문제에 따른 의식저하로 보고 그날 저녁부터 투석치료를 실시했다.

다음날인 2월 20일 오후 3시30분쯤 CT검사에서는 바이러스성 뇌염 소견이 발견됐고 의료진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으나, 이미 A씨는 뇌사가 의심되는 상태였다. 뇌수술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때부터 의료진은 생명유지 조치만 취했고, A씨는 3월 8일 사망했다.

그러자 A씨 유족은 B병원을 상대로 “두 차례 내원 과정에서 제대로 처치를 하지 않았다”며, 또 C병원을 상대로는 “급성신부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조속히 혈액투석을 실시하지 않았다”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두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은 “의식을 상실할 때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뇌병증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적절한 치료와 검사가 늦어졌다 하더라도, 피해를 끼칠 정도로 명백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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