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2013년 21%에서 2017년 5%로 추락
‘크리스마스 좀비’. 평소엔 자취를 감췄다 연말이 되면 불쑥 음원 차트에 나타나는 ‘옛 겨울 노래’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송년 분위기를 내기 위해 12월에 성탄과 눈 관련 노래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 나타나는 연말 깜짝 손님이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엔 지난 26일 5개의 크리스마스 좀비(일간 톱50 기준)가 출몰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13위)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 미’(16위),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29위), 박효신과 성시경 등이 부른 ‘크리스마스니까’(31위), 시아의 ‘스노우맨’(32위) 등이다. 모두 짧게는 1년, 길게는 24년이 나 묵은 겨울 노래들이다.
연말 축제 분위기로 들뜬 음원 차트와 달리 요즘 음악 제작자들 마음은 축 가라앉았다. 송년을 맞아 낸 ‘겨울 시즌송’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해서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FNC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 등이 소속 간판 아이돌을 내세워 최근 겨울 시즌송을 잇따라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음원만 냈다 하면 1위를 차지하는 가수 헤이즈도 고전 중이다. 이달 낸 ‘첫눈에’가 차트 10위권에 머무는 데 그쳤다. 가수 자이언티가 지난해 12월 낸 ‘눈’으로 차트 1위를 휩쓸고,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이 크리스마스 앨범 ‘디스 크리스마스-윈터 이즈 커밍’을 내 반향을 낳은 것과 비교하면 ‘쓸쓸한’ 성적표다.
올해 겨울 시즌송의 부진은 힘을 잃어가는 겨울 시즌송 음원 특수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주요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3년 21%에 달했던 겨울 시즌송의 12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로 추락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 겨울 시즌송 시장 점유율은 2010년 이후 4%로 가장 낮았던 2016년과 비슷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16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 여파로 겨울 시즌송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시기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겨울 시즌송 시장이 위축된 건 심화되는 경제불황 탓도 있다”고 봤다.
송년 분위기로 특수를 누리는 건 옛 말이다. 이달 겨울 시즌송을 기획한 한 가요기획사의 A&R팀장인 A씨는 “오히려 겨울시즌송은 12월에 주목 받기 더 어렵다”고 했다.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등 사람들이 12월만 되면 습관처럼 찾는 겨울 히트곡이 많아 좀처럼 기를 펴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이 11월에 이례적으로 크리스마스 앨범을 냈지만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건 캐리가 24년 전 낸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였다. 이 노래는 성탄 이브인 24일 하루 동안 북미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1억건 넘게 재생됐다. 이 곡이 지난해까지 거둔 저작권료는 6,000만 달러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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