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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한국 사회에서 번역은 지식인의 의무… 매일 아침 1,2시간 투자”

입력
2018.12.28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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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 ‘카를 마르크스’의 역자 홍기빈

번역 부문 수상자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류효진 기자
번역 부문 수상자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류효진 기자

“우리 지식 사회에는 ‘네 책을 써라, 네 논문을 써라’고들 하면서 번역을 우습게 여기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렇지만 전 번역이야말로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번역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아니라 매일 건강을 위해 비타민 챙겨 먹듯, 아침마다 1~2시간씩 그냥 번역합니다.”

‘카를 마르크스’(아르테)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자로 뽑힌 홍기빈(50)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힘주어 강조하는 바다. 직함에서 짐작할 수 있듯, 홍 소장은 제도권 밖에서 대안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동시에 ‘거대한 전환’(길) 등 자신이 관심 있거나 또 소개할 만하다 싶은 책을 꾸준히 번역해 왔다.

‘카를 마르크스’도 그런 책이다. 영웅도 악마도 아닌, 분투하는 인간 마르크스를 그려낸 이 책은 서구에서도 좌파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홍 소장은 그게 바로 자신이 번역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번역한 뒤에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욕 먹고 안 먹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구에서도 논쟁적이면서 동시에 마르크스의 정확한 위치를 일러주는 책이기에 반드시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밉든 곱든 마르크스는 19세기 지성사의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1970~80년대는 ‘신’으로 추앙받다가 1990~2000년대엔 체 게바라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소비”되고 말았다.

저자 개러스 존스가 워낙 유명한 학자라 홍 소장은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책을 기다렸고, 책이 출간되자마자 쭉 읽었다. 번역 제안을 받고는 ‘비타민 번역’ 스케줄에 따라 1년간 작업했다. 2018년 5월 5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일에 출간일자를 맞추기 위해 막판엔 고생 좀 했다.

홍 소장은 지식공유지대(www.ecommons.or.kr)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 싶은 자료나 책을 무료로 번역해 올려 두는 사이트다. 공유운동에 관심있는 연구자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는 협동조합으로 조합원 200여명, 후원회원까지 합치면 400여명이 내는 운영비로 운영된다. 홍 소장은 월급 없이 무보수로 일한다. 생계는 강연, 번역 등으로 해결한다. 홍 소장에게 ‘비타민 번역’은 괜한 비유가 아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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