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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고교생 눈물배웅 이번이 마지막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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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고교생 눈물배웅 이번이 마지막이길…

입력
2018.12.21 16:49
수정
2018.12.21 19:18
6면
0 0

강릉 펜션 사망 세학생 발인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후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후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서울 대성고 학생 유모(18)군이 2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한 병원 영결식장을 빠져 나왔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영정사진을 들었고, 역시 대성고 학생 6명이 흰 면장갑을 낀 채 관을 들었다. 유군 부모는 그 뒤를 따랐다. 유족은 이날 아침 일찍 빈소를 정리하고 영결식장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를 진행했다.

“아이고 우리 애 어떡해. 우리 애….” 관이 검은 운구차량에 실리자 어머니가 아들 이름을 연이어 부르며 오열했다.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무섭게 운구차량 뒤에서 숨죽인 채 손수건으로 눈물만 훔치던 다른 유족과 학생들도 통곡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관을 붙잡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차량이 떠난 뒤에도 유족과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운구차량은 유군 모교인 은평구 대성고로 향했다. 17일 친구 9명과 여행을 떠난 지 나흘 만에 돌아온, ‘마지막 등굣길’이었다. 교직원과 학생 수십 명은 가슴팍에 근조리본을 달고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운구차량을 맞았다. 차량이 교정을 한 바퀴 돌고 빠져 나와 언덕 아랫길로 향하자, 모두들 눈물을 훔치며 유군이 마지막으로 지나간 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지 5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낮 12시20분. 장례식장 복도 앞 의자에서 잠시 쪽잠을 청했던 앳된 얼굴의 고교생들은 다시 일어나 친구 두 명을 더 보내야 했다. 안모(18)군의 영정 뒤로 안군 부모가 따랐고, 그 뒤론 김모(18)군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두 학생의 시신이 운구차량에 실리자, 이번에도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어머니를 시작으로 유족과 학생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강릉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건강은 호전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학생 한 명은 이날 오후 퇴원했고, 다른 두 학생은 다음주 퇴원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세 학생이 ‘먼저 가라. 내가 다른 친구 보내줄게’ 등 대화를 하고 있다”며 “아직 사고 관련 뉴스는 접하지 못했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남은 두 학생은 며칠 안에 일반병실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겨진 학생 두 명은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부터 대성고 내 특별상담실 두 곳을 운영해 친구들의 사고로 충격에 빠진 학생들의 심리상담 지원에 나선다. 첫날에는 교육청 산하 전문상담센터인 위(Wee)센터의 상담사 10명이 투입돼 전교생을 대상으로 애도 교육 및 앞으로의 상담 안내를 진행한다. 이후 두 명의 상담사가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이 방학기간 중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시교육청은 학생 상태가 심각할 경우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같은 외부 전문가와 연계할 예정인데, 이때도 상담은 무상으로 진행된다. 김태식 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상담ㆍ대안교육 장학관은 “몇몇 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충격이 심각하다”며 “교사나 학생들이 현재는 사고 수습이나 대학 진학 준비로 느끼지 못하다가도 뒤늦게 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어 장기간의 상담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온 보일러 시공 및 관리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보일러 시공업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수 차례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히 보일러 시공업자가 본체와 배기관의 이음매 시공 과정에서 고무마개(오링)와 내열 실리콘 등으로 마감 처리하지 않아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또 “이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아라레이크펜션 업주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누출 사고가 난 201호에 묵었던 투숙객을 대상으로 보일러 이상징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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