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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만류에도… ‘시리아 철군’ 밀어붙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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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만류에도… ‘시리아 철군’ 밀어붙인 트럼프

입력
2018.12.20 17:53
수정
2018.12.20 23:18
2면
0 0

전격 발표에 거센 후폭풍

트럼프, 터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시리아서 돈 낭비하고 싶지 않다”

매티스ㆍ폼페이오가 결정 바꾸려

설득 작업 벌였지만 무위로 끝나

공화당 의원들도 “졸속 결정”

美 국방부에선 철군 구체 계획

마련 못한 채 반발 기류까지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이동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이동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전격 결정해 후폭풍이 거세다. 철군 계획을 통보 받지 못했던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큰 실수” “졸속 결정” 등 우려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국방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긴 하지만,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발표된 배경을 두고서 뒷말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유동적인 중동 정세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국방부 반대 속 며칠 만에 이뤄진 졸속 발표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ㆍ즉흥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결정과 발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을 원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참모들은 지속적으로 주둔 방침을 확인했고 브렛 맥구르크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담당 특사조차 지난주 지역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주둔하기를 원한다고 재차 밝힌 터였다. 지난 주까지도 정부 내에서 철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가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철군 결정을 촉발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 통화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공격 계획을 알리는 동시에 터키가 IS 격퇴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시리아에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 주말 국방부에 시리아 철군을 지시했고 월요일인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철군 계획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매티스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핵심 인사들은 대통령 결정을 바꾸기 위해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날 오전 “우리는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같은 갑작스런 결정과 발표로 국방부는 시리아 철군의 구체 계획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리아 철군 일정을 묻는 질문에 “국방부에 문의하라”는 말만 반복하며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ABC 방송은 합참이 현재 초안을 마련 중이며 매티스 국방 장관은 철군 명령서에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내에 철군할 것을 지시했으나,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뒤집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대통령이 준비도 없고 소통도 없이 이런 종류의 결정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친 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도 2011년 이라크 철군을 결정한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에 빗대 “오바마 같은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 ”곤경 모면 위한 정치적 결정” VS “오랜 성향 관철”

미국은 IS 격퇴를 위해 2014년부터 시리아에 군대를 보내 현재 2,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10월 IS 수도 시리아 락까를 탈환하면서 파병의 표면적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지만, 중동의 지정학적인 세력 균형 차원에서 지속적 주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미군이 빠질 경우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커져 중동 전반의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IS 격퇴를 위해 협력했던 쿠르드 민병대를 미국이 버리는 격이어서 향후 지역 동맹에 대한 미군의 신뢰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우려다. 시리아 철군은 아울러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중동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참모들의 조언을 외면해 정부 내에서부터 잡음이 적지 않게 나온다. 큰 비용을 치르면서 해외에 파병하는 것을 원치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성향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잘 알려져 왔지만, 전격적인 철군 시점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한 국방부 인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및 측근 비리에 대한 각종 수사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더 커지는 법적 곤경에서 관심을 돌리기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적 성향의 지지층 결집용으로 해묵은 공약을 이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커 위원장도 “이것은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새삼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철군 결정의 최대 수혜 국가 중 하나가 러시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헬싱키에서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시리아 철군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성향이 결국 관철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IS와 싸우기 위해 거기 있고 그것을 해냈다. 그럼 지금은 무얼 하나’라고 물어왔다”며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2년 전에 철군을 결정했고, 그가 결국 이긴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터키 언론은 시리아 철군 결정의 최대 수혜자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미군 철수로 미국이 IS와의 전쟁에서 핵심 동맹 세력으로 삼았던 시리아민주군(SDF)을 터키가 축출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자국 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연대 세력으로 시리아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를 지목하고 국경을 넘는 ‘해방 작전’을 언제든지 개시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YPG는 SDF를 구성하는 핵심 세력이다. 미군은 그간 SDF와 터키 측 무장세력의 충돌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는데, 미군이 시리아를 떠난다면 터키의 쿠르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여기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시리아에서도 터키의 입지가 강해진 게 트럼프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의 핵심 동맹인 사우디를 끊임없이 압박하자, 미국이 압박 강도를 줄이는 대가로 시리아 쿠르드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슈끄지 사건 이후 미국의 터키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18일 미국 국무부가 터키에 35억달러어치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판매를 승인하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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