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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방엔 구토 흔적, 입엔 거품… 의식 잃고 복층시설 곳곳에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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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방엔 구토 흔적, 입엔 거품… 의식 잃고 복층시설 곳곳에 쓰러져

입력
2018.12.18 19:22
수정
2018.12.18 22:5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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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짓눌렀던 수험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다고 친구들과 떠난 개인 체험학습이 시작 첫날 상상조차 하지 않은 악몽으로 변했다. 대부분 대학 수시에 합격하고, 수학능력시험까지 마친 서울 대성고 3년생 10명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찾은 강원 강릉시 펜션. 그들은 그곳에서 한 차례 떠들썩한 저녁을 보낸 뒤 다음날 3명이 숨지고, 7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변을 겪어야 했다.

119 구급차량이 사고가 난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 도착한 건 18일 오후 1시22분쯤. 시설 점검 차 들어간 방 안에 고교생들이 “허연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다”는 펜션 업주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 10분 뒤다. 2박 3일 일정으로 19일까지 단체 숙박을 하겠다면서 전날 오후 3시45분쯤 도착한 뒤 저녁 7시40분쯤 건물 밖에 마련된 바비큐 장비로 고기를 구워 먹는 등 한껏 여유를 만끽하던 아이들이었다. 1층에서 숙식을 하는 업주는 경찰 사고 조사에서 “이날 새벽 3시까지도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고가 난 숙소는 1층과 2층에 다락방 같은 복층이 있는 구조로, 2명은 2층 방, 4명은 2층 거실, 나머지 4명은 복층에 쓰러진 채 구급대원들에게 발견됐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아이들은 구토를 여러 번 반복한 것은 물론이고, 발견 당시까지도 입에 거품을 문 채 방과 거실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방 안에도 구토 흔적이 여럿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몇몇은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또 다른 몇몇은 평상복 차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션 인근 주민은 “들것에 실려 나온 학생 상당수가 의식이 없었고, 입 주변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병원에 실려온 아이들 상태는 심각했다. 이미 현장에 출동했을 때 학생 3명은 사실상 숨을 거둔 상태였다. 숨진 학생 두 명이 머물고 있는 강릉고려병원 관계자는 “두 학생 모두 이미 몸이 굳어 있었고 특히 이중 한 학생은 몸에 온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응급실로 실려온 뒤 심폐소생술 30분 실시했지만 의미가 없었다”고 침통해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생존자 7명은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강릉에 고압산소 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부족해 이중 2명은 소방 헬기로 120km 떨어진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의식이 많이 떨어져 100% 산소공급 치료가 진행 중이며, 불행 중 다행으로 강릉아산병원에 입원한 학생 5명은 병원에 실려온 지 8시간 만에 극적으로 상태가 호전됐다. 4명은 이름을 물으면 끄덕이거나 건드리면 눈꺼풀을 움직이고, 1명은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당국은 사망자 3명 중 2명을 잘못 파악하면서 실성할 정도로 혼미한 상태로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부모들의 심기를 어지럽게 했다. 기존 사망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있었던 한 아버지는 “사망자 명단에 있는 아들 이름을 보고 체념했었다”며 “그런데 강릉으로 오는 길에 명단이 바뀌어 마음이 놓였지만, 자식이 숨진 걸로 확인된 부모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은 사망자 3명이 있던 2층 보일러실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층 실내 베란다 보일러실 연통 이음새 부분이 떨어져 있다는 게 확인됐으며, 이를 통해 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은 채 방안으로 들어왔을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 감식을 해봐야 하겠지만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는 시설은 가스보일러”라고 말했다.

이 펜션은 2014년 4월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 연면적 228.69㎡에 2층 건물이다. 펜션은 준공 이후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지금은 임대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임대해 영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다 수리해 올해 7월 24일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강릉=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강진구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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