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24)씨의 소지품 중에서 그가 작업 중 자주 끓여 먹었다는 컵라면이 나왔다. 김씨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도 공개됐다.
16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13일 유가족이 함께 나선 현장조사 결과 김씨가 사용하던 운전원 대기실에서 컵라면 등의 유품이 나왔다.
유품에는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지시사항을 적어둔 것으로 보이는 수첩, 물티슈, 우산, 샤워 도구, 속옷, 발포 비타민, 김씨의 이름이 붙은 작업복과 슬리퍼 등이 포함됐다. 수첩과 슬리퍼 등에는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불규칙한 업무 일정 탓에 김씨가 자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이다.
현장조사 당시 김씨의 어머니가 "일할 때 영상 통화하면 아들은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김씨 동료에게 물었다. 그러자 동료는 "원청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원청에서) 낙탄 치우라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온다"며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 시간이 없어서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 모(당시 19세) 군의 가방에서도 밥 대신 먹었다던 컵라면이 발견됐다.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등도 나왔다. 김씨와 함께 일한 동료는 탄가루 탓에 코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작업장에서 김씨는 헤드 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일했다고 전했다. 유품 중 하나인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한 것과는 다른, 김씨가 사비를 들여서 산 것이라고 이 동료는 말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등으로 구성된 태안화력 시민대책위원회는 김씨 어머니가 제공하고 외부 공개에 동의한 김씨의 생전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 그리고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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