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위기 모면용 시도” 비판
호주가 15일(현지시간) 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 다만 당초 거론했던 텔아비브 소재 주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은 연기하기로 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호주는 이제 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실현 가능할 때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모리슨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이번 결정으로 호주는 미국에 이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몇 안 되는 국가가 됐다”며 “보수 기독교 및 유대교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 백악관 내 우호 세력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호주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 행보를 놓고는 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야당인 노동당의 외교정책 대변인인 페니 웡 상원의원은 “모리슨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국가적 이해보다 앞세우고 있다”며 “얻는 건 없고 잃는 것만 있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10월 모리슨 총리가 텔아비브에 위치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하자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막판에 연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대,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가 겹쳐 있는 예루살렘은 민감한 분쟁 지역으로, 국제사회는 그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고 평화적 협상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를 필두로 한 이스라엘 편들기는 오히려 평화적 해결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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