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 방송사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영향을 준 무소속 이정현(60ㆍ전남 순천시)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1987년 현행 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방송 편성 개입 혐의로 유죄를 받은 경우는 이 의원이 처음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방송법상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행위로,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4년 4월 21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 의원은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에 대한 비판을 가한 보도에 항의하며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특정 기사를 뺄 것을 요구하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과 방송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점을 고려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행위는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뤄졌고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보도자료를 내거나 해명자료를 내는 등 공식적이고 정상적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유죄 판결을 두고 이 의원 측은 전 정권 고위직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 변호인은 “방송 편성 개입 처벌 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이 지났지만 처벌받거나 입건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이 의원이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지 않았고 현재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기소가 됐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2ㆍ3심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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