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두 명이 사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을 하다 적발돼 나란히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초 정병두(57) 전 인천지검 검사장과 박영렬(62) 전 수원지검 검사장에게 변호인 선임서 미제출을 들어 각각 과태료 300만원과 200만원 징계를 내렸다. 변협은 “형사 사건 변론을 위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을 상대로 변론활동을 했다”고 징계이유를 고지했다.

정 변호사는 춘천지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법무부 법무실장, 인천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을 거친 인물로 한때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2014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박 변호사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남부지검장, 광주지검장, 수원지검장을 거쳐 2010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정 변호사는 징계를 받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고지된 내용 외에 특별히 설명할 말은 없다”고 답했고, 박 변호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두 변호사가 징계를 받은 사유는 법조계 고질적인 병폐이자 대표적 전관예우 사례로 꼽히는 몰래 변론에 해당된다. 몰래 변론은 전관변호사들이 변호인 선임서를 내지 않고 수사나 내사 중인 형사 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을 통해 10억여원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수임자료가 남지 않아 변협 감독을 피할 수 있는 데다 탈세가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변협은 2007년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변호인선임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고는 수사 또는 내사 중인 형사 사건에 대하여 변호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까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몰래 변론을 하다가 적발된 변호사는 총 22명인데 이 중 20명은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검찰 불신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몰래 변론 관행이라고 보고 최근 10년간 적발된 사건을 중심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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