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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갇히면 엉덩이 빵빵으로 알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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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갇히면 엉덩이 빵빵으로 알리세요”

입력
2018.12.13 17:20
수정
2018.12.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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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소방서 유아체험장 오픈

서울 양천소방서 우승희(왼쪽) 소방위가 13일 '차량 갇힘 탈출교육'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린이에게 엉덩이로 경적을 눌러 외부에 구조를 요청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양천소방서 제공
서울 양천소방서 우승희(왼쪽) 소방위가 13일 '차량 갇힘 탈출교육'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린이에게 엉덩이로 경적을 눌러 외부에 구조를 요청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양천소방서 제공

“엉덩이 빵빵 엉덩이 빵빵. 차 안에 갇혔을 때 울지 말고 안전띠 풀고 핸들에 앉아요 빵빵.”

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양천소방서 3층 소방안전 체험교실에서 어린이들의 신나는 노랫소리가 강당 안을 가득 채웠다. 인근 어린이집에서 온 6세 어린이 8명은 안전벨트와 경적, 핸들이 장착된 가로 1m, 세로 2m의 노란색 모형차에 앉아 양천소방서 우승희(42) 소방위의 손짓과 표정에 따라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전벨트를 매고 노란색 모형차에 참새 새끼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던 중 ‘엉덩이 빵빵’ 할 차례가 되자 한 어린이가 일어나 자신의 엉덩이로 핸들에 앉아 경적을 여러 번 세차게 울렸다. 이 과정을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여러 번 반복하자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차량 갇힘 사고에 대한 생존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날 체험에 참가한 김지율군은 “차에 갇히면 울지 않고 엄마 아빠에게 ‘엉덩이 빵빵’으로 알릴 거예요”라고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정원양도 ‘엉덩이 빵빵’으로 내가 갇혔다는 걸 알릴 수 있어 좋아요”라며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서울 양천소방서에 아이들이 차량에 갇혔을 때 스스로 탈출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아 교육용 ‘차량 갇힘 사고 대응’ 체험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교육 대상은 유치원 원아나 미취학 아동들이다.

양천소방서는 올해 7월에만 동두천과 통영에서 두 명의 어린이가 어린이집 차량 통학 차량에 갇혔다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차량 갇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다 생존체험장을 고안하게 됐다. 보통 어린이들은 차량에 갇혔을 때 대처법을 물어보면 울거나, 큰 소리 치거나, 창문을 두드린다고 말한다. 실제 위기 상황 탈출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방법들이다. 탈출 순서는 노래 가사에 나와있는 것처럼 ‘울지 않기→안전벨트 풀기→핸들에 앉기→엉덩이로 경적 빵빵→어른들이 올 때까지 계속하기’ 순이다. 차량 내 유아 갇힘 사고는 2015년 11건, 2016년 37건, 2017년 60건, 올해 11월 기준 87건으로 급증 추세다. 지난 7월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4세 여아가 장시간 방치돼 질식사 한 것을 계기로 아동 갇힘 사고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늘었지만 정작 아동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교육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양천소방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엉덩이 빵빵’ 동요를 제작했다. 아이들은 동요를통해 차량에 갇혔을 때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으로 이동, 핸들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빵빵” 경적을 울려 자신이 갇혔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게 된다. 우 소방위는 “아이들에게 이론적 설명보다는 동요를 통한 체험을 통해 노래에 따라 몸이 쉽게 기억을 하면서 탈출 요령을 잘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동요 작곡은 아는 작곡가의 도움을 받았고 가사는 우 소방위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이 돼 있다.

정문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유아기 어린이들이 차량에 갇힌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되기 위해서는 평소 대처 능력을 길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내 최초로 설치된 차량 갇힌 생존체험장을 통해 아이들이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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