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단위 미인대회인 미스 유니버스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참가했다. 66년 대회 역사상 최초다. 주인공은 2018년 미스 스페인이었던 안젤라 폰스(26)다.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세상에 태어났다” 폰스는 12일 톰슨 로이터 재단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가족은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가진 그를 지지하고 응원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폰스는 인터뷰에서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참고할 ‘롤 모델’을 찾을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폰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힘겨워 하는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폰스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우울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며 자살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차별을 겪는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너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원하는 것이 될 권리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비극은 앞서 많은 트랜스젠더 유명인들이 호소했던 내용과 같다. 영화 ‘매트릭스’ 감독으로 알려진 워쇼스키 형제는 성전환 수술을 통해 ‘자매’가 됐다. 동생 릴리 워쇼스키는 2016년 3월 8일 미국 윈디 시티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언론에 의해 트랜스젠더임이 알려지고 3개월 만에 자살한 영국의 초등학교 교사 루시 메도우의 사례를 언급했다. 릴리는 “나는 가족과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세계 대회에 참가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폰스는 11월 28일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내가 미스 월드에 참가 했을 때, 경연 당일에야 그들이 트랜스젠더 참가자 우승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미스 유니버스 결승에 오르자, 미스 월드는 규칙을 바꿨다”며 “내가 규칙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2012년 미스 유니버스의 ‘트랜스젠더 참가 금지 조항’을 뜯어고친 건 대회 운영사를 소유한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다.
폰스는 미인대회 참가뿐 아니라 스페인에서 트랜스젠더 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트랜스젠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대회를 앞두고 떨리기보단 신나는 기분”이라며 “경연에 참가함으로써 나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것이고, 이는 큰 진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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