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남 목포의 유명 사학재단 설립자(작고) 부인이 홀로 살고 있는 대저택에 도둑이 들어 20억대 귀중품이 털린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부인과 큰아들에게 쏠리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장인 큰아들이 아무도 없는 어머니 집에 열쇠공을 데리고 들어간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데다,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달러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큰아들은 “금고를 털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큰아들이 집을 다녀간 이후 외부인 출입흔적이 없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A학교법인 설립자의 부인 A씨는 지난달 29일 목원동 자신의 집 안방에 있던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과 귀중품들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서울에 살고 있는 딸 집에 50일 가량 머물다가 귀가했다. A씨는 경찰에서 “금고 안에는 현금 2억원을 포함해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7억원 상당), 1㎏짜리 골드바 6개, 고급 외제시계 등 싯가 20억원 대의 귀중품이 보관돼 있었다”고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집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의 큰아들이자 학교법인 이사장인 B씨가 지난달 2일 오후 3시쯤 열쇠공을 대동한 채 학교법인 관계자와 집을 방문해 집에 있던 가사도우미를 퇴근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1시간쯤 뒤 열쇠공이 금고가 있던 안방 출입문 자물쇠를 열어준 뒤 집을 빠져나간 사실도 포착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B씨를 추궁했지만 B씨는 절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B씨가 어머니 집을 방문한 이후 가정부를 제외한 외부인 출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히 A씨가 어머니로부터 70만 달러를 보관해주겠다고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아 횡령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한 터여서 이번 절도 사건과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캐고 있다. B씨 집안은 지역에선 내로라하는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B씨의 선친은 지역방송사 사장과 목포시장을 역임했고, 동생들은 전남도의회 부의장과 기업인 출신이다. B씨도 현재 서울 소재 모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전남 무안에 요양병원을 건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학재단을 잘 아는 관계자는 “2016년 10월 사망한 B씨 부친이 남긴 재산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 모자간 돈 다툼을 벌이는 듯한 일들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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