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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가 축구장 6배 하치장 메워… 필리핀 섬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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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가 축구장 6배 하치장 메워… 필리핀 섬 몸살

입력
2018.12.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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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달 중순 한국의 폐기물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으로 폐플라스틱 5,100여톤을 수출한 게 밝혀지면서 국제적 비난이 쇄도한 가운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소속 활동가가 쓰레기가 방치된 현장을 확인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한 쓰레기 더미가 축구장 6배 넓이 하치장을 가득 채운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소속 프란시스코 노베다 활동가는 지난 3~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있는 베르데 소코의 플라스틱 재처리 시설을 방문해 한국발 쓰레기 더미 현장을 목격했다. 이곳에는 필리핀 수입업체 베르데 소코가 소유한 부지에 한국에서 수입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5,100톤이 방치되어 있다. 이외에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나머지 1,400톤도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서 51개 컨테이너에 보관된 채 필리핀 관세청에 압류된 상태다.

재처리 시설에 방치된 쓰레기를 조사해 본 결과 찢어진 흰색 포장 비닐 사이로 나온 생활 폐기물과 밧줄, 세탁기 부품, 용기,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 더미가 축구장 6배 넓이(4만5,000㎡) 하치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베다 씨는 “흉측하고 역겨운 광경이 위압적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넓이의 노천 시설에 (폐기물이) 펼쳐져 있었다”며 “엄청난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필리핀 사무소 관계자가 지난 6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 톤을 지난 6일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필리핀 사무소 관계자가 지난 6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 톤을 지난 6일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쓰레기 더미의 표면은 복사열에 달궈져 말라 있다가 바람이 불면 잘게 부숴진 플라스틱 표면이 대기 중에 날렸고 쓰레기 위에 열대성 소나기가 수시로 쏟아지면서 일부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게 노베다 씨의 설명이다.

폐기물 처리장 인근 주민들도 쓰레기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20~30m 가량 떨어진 인근 마을 주민은 “화물이 들어온 뒤 한참 역겨운 냄새가 민가까지 날아오다가 열과 바람에 다 말라버렸는지 요즘엔 악취가 많이 가셨다”고 했다. 주민들은 또 인접한 텃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의 수와 성숙에도 이상이 생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 환경단체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필리핀 환경단체 에코웨이스트연합은 지난달 15일 플라스틱 쓰레기 불법 수출을 규탄하는 시위를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앞에서 연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마닐라 퀘존 시 소재 관세청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성탄절 이전에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갖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생활 폐기물이다. 그린피스 제공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생활 폐기물이다. 그린피스 제공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달 21일 관세청,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공조해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반입을 위한 행정 명령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그린피스는 환경부를 상대로 책임 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함과 더불어 근본적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수정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자체를 감축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시스템은 엄청나게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소비량 규제 없는 재활용은 답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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