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수사를 받다 투신해 숨진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때 수갑을 찬 것을 두고, 수사기관의 자의적 권한 남용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의혹 등 주요 사건 피의자들 가운데 영장심사 출석 시 수갑을 차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다 보니 검찰의 의도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3일 영장심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때 양손에 수갑을 찼다. 가리개 덕분에 수갑 부분이 직접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보도 사진상으로 수갑을 차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사령관 측 인사들은 피의자의 심리적 위축과 함께 모욕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을 한다. 검찰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영장심사 출석 과정에서는 수갑을 채우지 않은 점에 비춰, 명예를 중시하는 3성 장군 출신 인사에게 수갑까지 채운 것은 지나친 조치였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주요 사건 피의자 영장심사 과정을 보면 자의성 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영장심사 당시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섰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수갑 없이 심사를 받으러 갔다가 수갑을 찬 채 대기 장소로 인치됐다. 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통학차량 안에 아동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동두천 어린이집 교사 등은 수갑을 차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내규에 따라 집행했을 뿐, 망신주기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항변한다. 대검 내규인 ‘체포ㆍ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을 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체포ㆍ호송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현행범이나 긴급체포, 체포ㆍ구속영장 집행, 자살ㆍ자해 및 도주가 우려되면 수갑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호송ㆍ인치팀에 신병을 의뢰하는 형사부ㆍ공안부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갑을 채우는 반면(이 전 사령관은 공안2부 담당), 특수부는 ‘화이트칼라’를 주로 다루는 특성상 수갑을 채우지 않는 관행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정이나 관행에 따랐더라도 수갑을 차야 하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권한 남용으로 여길 수 있어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갑을 차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견해도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부서에 따라 수갑 착용 여부가 달라지는 건 법 집행의 형평성이나 인권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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