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관철돼야 단식 풀겠다”…본인 정치생명도 걸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차가운 농성장에서 100일을 맞는 손 대표의 상황은 거대 양당에 낀 제3당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목숨을 바치겠다”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나흘 째인 9일 오전 손 대표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단식의 1차 고비라는 4일 차를 맞아 기력이 급격히 쇠한 탓이다. 급히 진찰을 위해 찾은 주치의에 따르면, 손 대표는 고혈압과 부정맥 증상을 보이는 상태다. 주치의는 71세 고령을 감안할 때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장기간 단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아직 만 사흘밖에 안 돼서 건강하다”며 선거제 개편이 관철되지 않는 한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단식농성 선언 후부터 로텐더홀 바닥에서 전기장판에만 의지한 채 잠을 청하고 있다. 일과시간에는 양복에 넥타이를 바로 매고 책상에 꼿꼿이 앉아 용무를 본다. 응원 차 방문하는 동료 정치인들이나 시민들을 직접 맞이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은 오랜 친분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찾았는데, 손 대표는 “선거제도를 개편해 국민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국회로 남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단식농성을 정치인 손학규가 띄운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본다. 그러나 ‘무리수’라는 당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고서 띄운 승부수가 통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 대표가 민주평화당ㆍ정의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관철시킨다면,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손 대표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도 연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선거제 개편에 성공하더라도 잠시 수면 아래 잠복해있는 당내 노선 갈등과 일부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계속 손 대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당장 11일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이후 이학재 의원의 탈당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데다, 유승민 전 대표는 최근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이 방향이 조금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선거제 개혁에 성공하면 거대 양당에 치이는 제3당의 입지를 단숨에 뒤바꿀 수 있고, 손 대표의 구심력도 커지게 될 것”이라며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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