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 주연의 화성탐사대를 다룬 영화 '마션'의 초반 부에는 화성에 불어닥친 강력한 모래 폭풍이 나온다.
영화에서 모래 폭풍이 빚어낸 강력한 '바람 소리'는 화성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더 자아내는 훌륭한 소품 역할을 했다.
이제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인류가 약 4억8천만㎞ 떨어진 이 '붉은 행성'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무인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처음으로 화성의 바람 소리를 탐지했다고 7일(현지시간) AP·AFP 등 외신이 전했다.
나사는 이 바람 소리를 홈페이지(www.nasa.gov/insightmarswind)에 공개했다.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화성 착륙한 인사이트는 탐사 활동 과정에서 저주파의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를 포착했다.
화성에서 포착된 소리가 저주파인 것은 화성의 옅은 공기 밀도 때문이다.
초속 5∼7m로 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람 소리는 인간의 귀로 듣게 된 화성의 '첫소리'라고 JPL 연구원이 전했다.
이 소리는 바람이 인사이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 부딪히면서 발생한 선체의 진동을 통해 감지되고 탐사선 기상관측소의 기압 센서와 지진계로 녹음됐다.
외계 행성의 이 신비로운 소리를 들은 과학자들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수석 연구원 토머스 파이크는 "마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 같았다. 그것은 정말 비현실적(unworldly)으로 들린다. 정말 그랬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넬대 소속 연구원 돈 밴필드도 "바람이 많이 부는 한 여름날 오후 야외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면에서는 화성에 있는 인사이트 탐사선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놀라워했다.
앞서 1976년 7월 인류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바이킹호가 바람에 의한 선체 진동을 포착하긴 했으나 그것을 소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고 JPL 수석 과학자 브루스 바너트 박사는 설명했다.
인사이트는 화성에서의 장비 설치를 마무리하고 약 일주일 전부터 본격적인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인류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현장 촬영 사진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나사의 행성과학 부문 실무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 박사는 "착륙 2주일도 채 안 돼 우리는 이미 놀라운 몇몇 새로운 과학적 성취를 이뤘다"며 "그것은 굉장하고 또한 재미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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