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종전선언도 김정은 답방도 ‘올해 안에’… ‘시간표’에 붙잡힌 한반도

알림

종전선언도 김정은 답방도 ‘올해 안에’… ‘시간표’에 붙잡힌 한반도

입력
2018.12.08 14:00
0 0

 추진력 유지 위해 불가피하지만 실패 때 타격 배가 

 “군사합의 등 실현가능 부문부터 공략하는 게 안전” 

[저작권 한국일보]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 하는 모습을 그린 대형 전시물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 하는 모습을 그린 대형 전시물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한반도가 다시 시간표에 매였다. 청와대가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 때 새삼스러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의미 부각으로 ‘연내(年內) 답방’ 가능성을 구체화하면서다.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이라는 역사적 의의에, 이르면 이달 내 가능하다는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공언이 더해지면서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 여부는 연말 한반도 정세 관련 최대 화제가 됐다.

연내 답방 이전에는 ‘연내 종전선언’도 있었다.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이 6ㆍ25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인 올해 한 자리에 모여 전쟁 종식을 선언하게 될지 모른다는 관측을 부추겼다. 정부는 4ㆍ27 판문점선언에 ‘종전선언 연내 채택’을 명시한 뒤 줄곧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시달리면서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십분 활용, 한반도 평화가 당위라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연내 종전선언이 되느냐 마느냐는 10월 유엔총회 전후 북측이 종전선언에서 대북 제재 완화로 핵심 요구를 바꿀 때까지 6개월간 지속된 한반도 문제의 화두였다.

시한이 만들어지면 당사자들은 자연스레 거기에 구속된다. 추진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구사하는 외교는 이를 노린 ‘시간표 외교’라 할 만하다. 정부는 판문점선언 이후 줄곧 시한을 정해 남북 또는 한반도 주요 관계국과의 일정을 추동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첫 방북으로 북미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물꼬가 트인 지 불과 한달 후였다. 추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 구상을 선제 제시, 평화협정까지 먼 길을 가야 할 비핵화 협상의 동력원으로 삼았다.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가능한 한 연내에” 김 위원장 답방을 추진한다고 공표한 것도 당시 꽉 막혀 있던 북미 협상을 다시 굴러가게 하려는 취지였다.

정부의 시간표 집착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이상 일종의 숙명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간표 외교는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국내 정치뿐 아니라 관계국 간 협상에도 타격을 주는, 부담이 상당히 큰 전략”이라면서도 “정부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지속, 나아가 진전시키기 위해 그런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북 합의의 시한 준수를 두고 국내외 여론이 왈가왈부해도 시간표의 존재만으로 거듭 남북 이벤트를 향한 기대감을 키우며 비핵화ㆍ평화체제 협상에 관심을 잡아둘 수 있다는 뜻이다.

협상 국면 유지라는 측면에서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지금부터다.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약 두 달 간 북미 협상이 교착하면서 사실상 연내 종전선언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마저 좌절되면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표한 시간표는 빠른 속도로 신뢰를 잃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시한을 설정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태도를 전환하면서 양측이 호환되지 않는 것”이라며 “북미 협상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정부의 시간표가 결국 무력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내년에도 정부가 시간표 전략을 추구하겠지만 남ㆍ북ㆍ유엔사령부 3자 협의체가 마련된 군사 분야 합의 등 실현 가능성이 큰 부문부터 공략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서는 고려할 만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