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리한 수사 논란 도마 오를 듯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논란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이 이날 오후 2시54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 오피스텔 건물 1층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자가 발견해 신고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오후 2시48분쯤 오피스텔 13층에 위치한 지인의 사무실에서 외투를 벗어놓고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는 이 전 사령관의 최근 심경 등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 측 임천영 변호사는 사건 직후 송파구 가락동 국립경찰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전 사령관과 오늘도 통화를 했는데, ‘한치 부끄럼 없이 떳떳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한 번 끝까지 수사 해보자’고 했었다”라며 “수사기관이 온갖 정보를 갖고 수사하는 게 사실이니까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무사가 가서 구조와 탐색 활동을 도와준 건데 마치 자기를 죄인 취급하고 수사 받는 것에 아주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기무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첩보 수집 활동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던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성향과 음주 실태 등을 수집하고, 유가족단체 지휘부의 직업과 정치성향, 가입 정당을 파악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에 대한 사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령관은 당시 기무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당시 군의 병력 및 장비가 대거 투입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부대 및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임무 수행을 했다”며 “한 점 부끄럼 없는 임무 수행을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3일 법원은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불법 사찰 사건의 총괄 책임자로 지목된 이 전 사령관의 부재로 실체 규명과 사건 마무리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 이후 이 전 사령관 측과 접촉한 게 전혀 없으며 소환 일정을 조율한 것도 없다”며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중앙고ㆍ육사 동기로,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감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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