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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중국과 미국, 가장 가까운 적(敵)

입력
2018.12.1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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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부상하고 있는 전략적 경쟁 관계가 언젠가 대결에 굴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있어 왔다. 그 순간이 다가왔다. 냉전 2.0의 도래를 환영한다.

미중 갈등에 대한 일반적 서술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스템이 상충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기에 중국은 100만 위구르인을 강제 수용소에 감금하고 기독교인을 탄압하며 시민권을 축소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빅 데이터’ 독재국가이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많은 중국인 관점에서 미국은 내정간섭과 제국주의의 옹호자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더 큰 경제, 군사, 이념적 우위를 위한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상황을 뒤로 돌려놓는다. 새로운 미중 대결구도는 두 나라의 차이가 아니라 점점 더 분명해지는 유사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이 소비자라면 중국은 제조업자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과 중국과 세계 경제의 음과 양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수년 동안 잉여 자금을 미 재무부 채권 구입에 다시 투입해 미국의 방탕을 보증했고 역사학자 닐 퍼거슨이 ‘차이메리카’라고 명명한 공생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차이메리카도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세계적 리더가 되기 위해 중국을 글로벌 가치 사슬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기술과 지적 재산을 국내 파트너에게 이전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서방 기업의 시장 접근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개발 모델의 방향을 바꾸자 미국은 전통적인 자유방임적 접근법을 자국의 산업 전략으로 바꾸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배후에는 경제 운동장을 재조정하고 미국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가 제로섬 경쟁에 돌입하면서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팀과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팀은 글로벌 차원에서 기술 노하우와 정보 접근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분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태평양 무역 블록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대항해 시 주석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맞서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를 구축했다.

양국은 군사적으로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의 총 국방비는 이미 미국 버금갈 정도로 따라 잡았다. 첫 번째 항공모함을 생산했고 접근금지·영역거부(A2/AD) 방어 시스템도 개발ㆍ배치했다.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 기지를 설립함으로써 세계적 야망도 과시했다.

중국과 미국의 개입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비개입을 준종교적 교리로 취급하던 수십 년의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이유가 분명하다. 얀쇄통 칭화대 교수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설명했듯이 국력의 크기가 개입주의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다. 그는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함에 따라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지금은 중국 국민과 전 세계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리비아에서 수백 명의 자국민을 철수시킨 뒤 유엔 평화유지 임무에 대한 참여를 확대했다. 파키스탄에서 일련의 공격을 받은 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신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보안군(대부분 민간 하청업자)을 창설했다.

미중 융합의 또 다른 분야는 다자간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차관은 2005년 ‘책임있는 이해당사자’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서방세계를 향해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가 중국을 포함하지 않으면 전복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게 국제적 참여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기보다 중국적 특성을 가진 국제주의를 발전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서방이 주도하는 기구에 가입한 뒤에 이를 무력화시키고 병렬적인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듯이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세계 질서는 다자주의가 아니라 양자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국은 각국 정부를 일대일로 상대함으로써 우세적 입장과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도 같은 비전을 구현하고 있다. 그와 시 주석은 모두 국가 활력의 메시지를 수용했다. 이로써 시 주석은 중국의 오랜 외교정책인 절제와 전술적 협력 정책을 패권 추구로 대체했다. 두 정상이 외교 정책의 그립을 강화하면서 양국의 견제와 균형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

비록 ‘냉전 2.0’의 담론이 유토피아적인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라는 원작을 그대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 은유만큼은 다르지 않다.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조직화 방향보다는 유일 승자에 관심이 많은 두 초강대국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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