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4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살해에 사우디 왕세자가 확실히 연루됐다”고 밝혔다.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보고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사우디를 두둔해온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는 “진실을 외면하고 귀를 막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해스펠 국장은 이날 상원 외교위, 군사위, 세출위 여야 지도부를 찾아가 카슈끄지 피살 조사 결과를 비공개 브리핑으로 보고했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스펠 국장이 불참하면서 1주일 미뤄진 자리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보고 직후 취재진에게 “이건 스모킹 건(somking gunㆍ결정적 증거)이 아니라 스모킹 톱(smoking saw)”이라고 밝혔다. 카슈끄지 살해 직후 시신을 톱으로 토막내 옮겼다는 언론 보도를 빗댄 표현이다. 이어 “사우디가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만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미 정부가 더 이상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살해되면서 사우디 왕실이 전세계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민주당 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의원들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살해를 명령하고 감독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에 전혀 의문이 없다”며 “만약 그가 배심원단 앞에 선다면 30분 안에 유죄 평결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의원들은 또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사건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압도적으로 입증하는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셸비 상원 세출위원장도 “스모킹 건이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휘하는 왕실 경비대가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예멘 내전에 가담한 사우디에 대해 미국이 더 이상 군사적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안 추진 안건을 63대 37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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