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계층이동 사다리 덕에 이 자리에”
‘피란민 부모를 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 흙수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자신의 성장 배경이다. 홍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제 부모님은 6ㆍ25 전쟁 중 각각 원산과 해주에서 혈혈단신 피란선을 타고 내려오셨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서로 만나 (강원도) 춘천에 정착하셨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홍 후보자의 부모는 월남 이후 남북간 왕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 고향과 가까운 지역인 강원도로 이주했고, 그런 연유로 홍 후보자는 춘천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1980년대 초 범국민적 운동이던 ‘이산가족 찾기’에서 외삼촌과 30여 년 만에 상봉하기도 했다. 2014년 말 개봉해 1,4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영화 ‘국제시장’의 이야기가 그의 가족사와 많이 닮았다는 얘기다.
홍 후보자가 피란민 부모를 둔 어려웠던 성장기와 지금의 자신을 대비하며 경제적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무(無)에서 시작하신 부모님처럼 제로베이스에서 가정을 꾸린 저는 일찍부터 고단한 삶이 무엇인지 경험했고, 다행히 우리 사회가 구축해놓은 ‘계층이동사다리’가 잘 작동돼 오늘 이 막중한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정을 갖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일자리와 희망을 찾는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에게 ‘괜찮아, 해낼 거야’라는 희망사다리 메시지를 전하면서 청문회에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계층 고착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경제적 기회 제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가 소득 양극화와 계층이동사다리 단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희망사다리가 튼튼하게 구축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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