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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대한민국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

입력
2018.12.04 15: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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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였던 EQ900이 G90으로 거듭났으니, 에쿠스는 G90의 뿌리다. 에쿠스는 현대차, 아니 한국 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태어나, G90에 이르기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의 한국 차라는 찬사를 받을만하다.

에쿠스 신차발표회는 1999년 4월 2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을 비롯, 정ㆍ관계,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행사였다. 김종필 국무총리가 참석해 축사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에쿠스는 수입차에 대항할 명품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명차로 도약할 꿈을 밝히기도 했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를 의미하는 에쿠스는 개발비용이 총 5,200억원에 달했다. 3.5ℓ 및 4.5ℓ 두 개의 엔진에 일반형, 리무진 2개의 보디 타입으로 출시됐다. 4.5ℓ 직분사 엔진은 260마력을 냈다. 가격은 최고급형인 4.5ℓ 리무진이 7,950만원, 4.5ℓ세단은 6,320만원, 3.5ℓ 딜럭스는 5,190만원, 3.5ℓ 기본형은 4,190만원이었다.

에쿠스는 현대차의 성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했지만 이후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결별했고, 플래그십이지만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는 민망함도 후륜구동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차근차근 갖춰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현대차의 성장 모습이라고 봐도 좋겠다.

에쿠스의 등장은 차종 다양화의 결과였다. 그 이전까지 대형세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 하나로 버티기에 시장은 너무 커졌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대형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커져만 갔다. 현대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본가로서 수입차에 대항할, 그래서 내수시장을 지키는 버팀목 같은 대형세단이 필요했다.

수입차 시장이 넓어지는 와중에 결코 수입차를 탈 수 없는 이들에게 에쿠스는 체어맨과 함께 최고의 대안이 되기도 했다.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이 에쿠스를 많이 선택했다. 벤츠, BMW, 캐딜락 브랜드의 방탄차를 사용해온 청와대에도 방탄 처리한 에쿠스가 제공됐다.

에쿠스의 등장으로 현대차의 대형세단 제품은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로 조정을 거친다. 물론 이는 과도기였다. 2015년 제네시스라는 별도 브랜드가 독립하면서 에쿠스는 단종되고 후속 모델 EQ900은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된다. EQ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에쿠스의 뉘앙스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몇 년의 세월이 지난 뒤 G90으로 다시 개명을 거쳐야 했다.

‘돌관(突貫)정신’(단숨에 일을 해결한다, 하면 된다)을 앞세워 과감히 밀어붙였던 그간 현대차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하지만 확실하고 분명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현대차 리더십의 변화를 읽는 대목이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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