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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의 땅 곳곳에 시추기… SK의 셰일가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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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의 땅 곳곳에 시추기… SK의 셰일가스 혁명

입력
2018.12.03 14:32
수정
2018.12.03 19:3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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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미국 오클라호마주 네마하 광구

아시아 기업으론 유일하게 생산

[저작권 한국일보]SK이노베이션이 네마하 광구에 설치한 셰일 오일 시추기.
[저작권 한국일보]SK이노베이션이 네마하 광구에 설치한 셰일 오일 시추기.

지금도 소떼가 오가는 오클라호마주의 너른 들판에는 일명 ‘메뚜기’라 불리는 펌핑 유닛(pumping unit)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기구가 지하 2㎞ 땅 속에서 퍼 올리는 건 셰일오일(Shale Oil). 올해 미국을 최대 산유국으로 끌어 올린 미국 경제의 새 젖줄이다. 카우보이의 땅이 거대 유전(油田)으로 변모해 전 세계 석유시장의 지각 변동을 몰고 온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시티 북쪽 킹피셔 카운티에 자리잡은 네마하 광구.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7만6,000에이커의 이 광구에서 셰일오일을 캐는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다. 미국의 ‘셰일 혁명’에 참여한 생산 업체 중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다. SK는 2014년 인수한 인근의 플리머스 광구에 이어 올해 3월 이 광구까지 추가 확보하며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생산 규모를 확대했다. 120개의 유정(油井)이 있는 이 광구에는 40m 높이의 시추기(oil rig) 2개가 가동되며 2곳의 유정에 대한 시추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직으로 2㎞를 내려간 시추관은 다시 수평으로 암반층을 깨며 진전해 셰일오일을 끌어올리게 된다. 새 유정 개발 현장에는 현지 직원들이 차량으로 시추 장비를 옮기며 분주했다. 현장책임자인 안형진 부장은 “유정 1곳을 개발하면 초기 2~3개월 동안 기름과 가스가 대거 쏟아져 나오고 이후 펌핑 유닛을 설치해 30년간 기름을 뽑아내게 된다”고 말했다.

셰일오일과 가스는 원유가 처음 생성되는 근원암인 셰일 암반층에 갇혀 있는 자원으로 그간에는 개발이 어려웠으나 2000년대 중반 시추관으로 고압의 물을 주입해 지하 암석을 깨는 ‘수압 파쇄’ 공법이 고도화하면서 미국 내 개발이 본격화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00만 배럴까지 올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에 올랐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10월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은 하루 760만 배럴에 달했다.

셰일오일 생산단가는 배럴당 40~50달러 수준으로 중동의 원유 생산단가 보다 높지만, 거대 자본이 필요한 해저 원유 개발 보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 군소 업체들에 의한 소규모 개발이 활발하다. 실제 미국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등에 밀집된 셰일 광구에는 거대 석유기업뿐만 아니라 1만여개에 달하는 군소 업체들이 참여해 골드 러시에 버금가는 생산 붐을 형성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SK이노베이션의 셰일오일 생산 현장. 원유를 퍼내는 ‘펌핑 유닛’이 힘차게 가동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SK이노베이션의 셰일오일 생산 현장. 원유를 퍼내는 ‘펌핑 유닛’이 힘차게 가동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김태원 북미사업본부장은 “중동이 원유 생산량 감소로 유가를 올리면 언제든 셰일 오일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을 중단해 원유 가격에 유연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추기로 유정 1곳을 개발해 셰일오일과 가스를 뽑아내고 이를 분류해 처음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불과 60일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원유 가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 같은 셰일오일 개발로 중동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적인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셰일 암반층은 중국 등 각국에도 존재하지만 기술력과 인프라 시설, 법적 기반, 셰일 개발에 필수적인 물 자원 접근 환경 등이 모두 갖춰진 미국에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어서 미국이 최대 생산처가 됐다.

SK가 확보한 네마하 광구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하루 4,000 배럴. 플리머스 광구의 2,000배럴까지 합치면 하루 6,000배럴로 아직은 소규모다. 하지만 지분 참여 형태에서 벗어나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직접 생산에 뛰어 들어 셰일오일 생산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석유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본고장인 미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독려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제 첫 깃발을 꽂은 격으로 역량을 더욱 축적해 석유 개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클라호마=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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