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부동산 거래’ 표방
신생 혁신기업 집토스 직원
공인중개협 임원들의 허위계약 후
명의대여 등 혐의로 고발돼
지난 5월 두 명의 건장한 남성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집토스’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대 학부생 3명이 만든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집토스는 집주인에게만 부동산 중개 수수료(복비)를 받는 이른바 ‘착한 부동산 거래’를 표방하고 있다. “봉천동에 조카의 원룸을 구하러 왔다”고 밝힌 두 사람에게 집토스 직원(공인중개사)은 봉천동의 한 매물을 보여줬다. 이후 두 사람은 집 구조 등도 확인하지 않고 곧 바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보챘다. 집토스 직원이 “좀 더 다른 매물을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도 막무가내로 계약을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외출중이었던 이재윤 집토스 대표(공인중개사)와 전화통화를 한 뒤 이 대표 명의의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 명목으로 현장에서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기로 한 날 이들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름은 가명이었고 전화번호도 결번이었다. 계약은 파기됐다.
일 주일 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한 남성이 딸의 원룸을 구한다고 찾아온 뒤 빨리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서를 쓰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집토스 직원은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입주일이나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권했지만 그는 당장 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고집했다. 결국 이 남성은 계약금으로 50만원까지 낸 뒤 직원에게 이 대표 명의의 계약서를 배부 받아 사라졌다. 그러나 그 역시 입주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소와 연락처는 이번에도 모두 허위였다.
‘이상한 손님도 많다’고 생각하던 이 대표는 얼마 뒤 관악경찰서로부터 명의대여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제서야 집토스는 먼저 허위 계약을 하고 간 두 명의 남성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 지도단속실 임원이고, 일주일 뒤 온 사람도 같은 협회 과장임을 알게 됐다. 협회의 함정 단속에 걸린 꼴이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집토스는 그 동안 협회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집주인에게만 복비를 받겠다는 집토스의 사업 모델은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아온 기존 공인중개사의 이익을 위협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협회 일부 회원들은 집토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거나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중개 시장의 절대적 이윤이 몰려 있는 아파트나 상가 중개가 아니라 돈 없는 학생들의 원룸 중개를 하면서 집주인에게만 복비를 받겠다는 것”이라며 “중개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몇 달 간의 검찰 조사가 이어진 뒤 집토스는 결국 지난 10월 검찰로부터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불기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공인중개사협회의 위장 현장 단속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고발인들이 이 대표가 현장에 없는 것을 알고 (고의로) 당일 계약을 요구했고, 임차할 의사도 없이 계약서를 작성하며 허위 인적사항을 기입했다”며 “집토스와 기성 공인중개사의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집토스를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리하게 현장단속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협회 임원인 고발인들이 ‘집토스는 잡아야 돼’ ‘대표 없이 계약서 쓰면 얘(직원)는 그냥 가는 거야(끝나는 거야)’ 등의 발언을 한 점도 꼬집으며 “고발인들이 (현장조사를 빙자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여전히 집토스가 위법을 해 고발을 한 것이란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등록증을 대여한 것은 공인중개사법 19조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단속을 했고 이후 경찰에 직접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유독 이번 사건에 대해 암행단속 자체를 문제 삼아 집토스를 봐준 것은 핑계일 뿐”이라며 서울고검에 검찰 1차 수사 결과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항고했다 기각되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협회는 위장 단속에 대해서도 “이렇게 단속하지 않으면 현장의 잘못된 점을 잡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이어 집토스의 ’반값 복비’ 영업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집토스가 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등록증 대여’와 ‘이중 사무소 등록’ 의혹을 받고 있어 대응한 것이란 취지다.
그러나 집토스에 대한 협회의 이 같은 현장 조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란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공인중개사법 37조는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무원이 증표를 제시하고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검사 및 조사할 수 있고, 협회는 공기관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때 동석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개별적인 독립 단속 권한은 없다는 얘기다.
나아가 법조계에선 협회의 위장 현장 단속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관식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위장 현장단속은 위계에 의한 행위가 명백하고, 집토스가 이로 인해 영업상 불이익을 받은 것도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카풀도 우리나라에선 택시업계 등 기득권 집단의 사생결단식 대응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혁신 사업 모델들이 잇따라 꺾이면 한국 경제의 활력을 기대하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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