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핵 없는 한반도가 다리가 되어 대륙과 해양 사이에 자유롭게 사람과 물류가 오갈 때 공동번영은 우리 앞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코 프라하 방문을 마치고 2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일정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G20 리트리트 기조연설에서 “세계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마찰이 자유무역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G20이 다시 책임감을 가질 때”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를 뒷받침하고,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기본정신은 ‘다자주의’”라며 “다자주의는 평화를 만드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질서를 언급하며 “나는 올해 8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협력해 도로 남과 북을 잇고, 동북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경제공동체를 실현하고,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은 평화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한반도 평화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 믿는다”며 “끊임없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열린 G20 제1세션 기조연설에서 “’사람이 먼저다’는 나의 정치 슬로건이고, 오래된 정치철학”이라며 “사람 중심 경제가 뿌리 내리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 회담을 한 뒤 1일 마지막 방문지인 뉴질랜드로 이동한다.
이에 앞서 중간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를 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 등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우리의 차세대를 잘 키워주신 동포사회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간담회에는 프랑코 연방경찰청 차장, 오라시오 호세 가르시아 이민청장 등 아르헨티나 측 친한 인사들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립역사기념공원에서 한국의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과 같은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공감을 표시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조성됐다. 5월광장 어머니회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고 말한 뒤 어머니회 관계자들이 가슴에 단 배지를 만져보며 “따님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군요”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자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지며 추모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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