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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 굳게 잠기자… 일부 카라반 ‘자발적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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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 굳게 잠기자… 일부 카라반 ‘자발적 유턴’

입력
2018.11.29 17:10
수정
2018.11.29 21:3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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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국과의 접경지대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임시로 차려진 카라반(중남미 이민자) 텐트촌 앞에서 일곱 살 동갑내기 엘살바도르 소녀, 바네사와 세이디가 포옹을 하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27일 미국과의 접경지대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임시로 차려진 카라반(중남미 이민자) 텐트촌 앞에서 일곱 살 동갑내기 엘살바도르 소녀, 바네사와 세이디가 포옹을 하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일부 중남미 이민자(카라반)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하고, 지옥 같다던 고국으로 속속 되돌아가고 있다. 폭력과 빈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 남기 위해 수개월을 걸어 미국 턱밑까지 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입장으로 국경 문이 열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버텨 봤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 이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머물던 카라반 중 일부가 ‘자발적 귀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국경도시 티후아나 지역에서만 200여명이 미국행을 포기했다. 이들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멕시코에 눌러앉기도 한다.

온두라스의 폭력 조직을 피해 세 아이들과 두 달 넘게 걸어 티후아나에 도착한 넬미 폰스도 고국으로 ‘U턴’ 하기로 결정했다. 폰스는 텐트 하나 없는 노숙 생활과 불법 이민자라고 경멸하는 주변의 시선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희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티후아나에만 망명 신청 대기자가 6,000명에 달하는 상황이고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망명 심사가 통과될 때까지 멕시코 국경지대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원천봉쇄’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카라반 ‘고사(枯死) 작전’인 셈이다. 폰스는 “미국 망명을 신청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지금 이곳의 현실도 지옥과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치안이 불안한 고향이 아닌 친형제들이 거주하는 다른 도시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돌아가는 게 오는 길보다는 수월하다는 것. 지난주 티후아나에 지원센터를 차린 국제이주기구(IMO) 활동가들은 비행기와 버스 등을 마련해 이들의 귀국길을 돕고 있다. 게다가 멕시코 정부가 카라반의 멕시코 정착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이들을 산업 일꾼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멕시코 망명을 신청한 이들에게 심사 기간 체류증을 별도로 발급하고, 일자리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가 산체스 코르데로 신임 내무 장관은 “카라반 일부를 멕시코가 흡수할 수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미국은 카라반 옥죄기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당장 국경지대 전역에 배치한 현역 군인 6,000여명의 복귀 시점이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12월 19일 임무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소 45일 정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카라반을 향해 최루탄까지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카라반이 모두 떠날 때까지 경계를 풀지 않겠다는 태도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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