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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에 깃든 해학… 팝아트 거장 키스 해링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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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에 깃든 해학… 팝아트 거장 키스 해링과 만나다

입력
2018.11.2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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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해링미술관서 175점 들여와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키스 해링을 찍은 사진. 키스 해링 재단 제공.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키스 해링을 찍은 사진. 키스 해링 재단 제공.

1981년 미국 뉴욕 지하철역 빈 광고판에 만화캐릭터를 닮은 인간 모습의 그림이 속속 등장했다. 인간 형상을 간략하게 묘사한 캐릭터는 무더기로 겹쳐지기도 하고, 하나하나 탑처럼 쌓아 올려진 모습이었다.

굵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선으로 인간 군상을 그려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는 미국의 팝아트 거장 키스 해링(1958~1990)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했던 1980년대 미국은 신냉전과 보수주의 가치관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해링은 이 같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을 지하철역과 거리 곳곳에 그리며 대중과의 소통을 꾀했다. 해링은 이런 행위로 여러 번 체포됐지만 밝은 색상과 귀여운 캐릭터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그를 스타 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모든 이들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해링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전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전시관에서 개막했다. 일본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소장품 175점을 작품 특징별로 8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해링 탄생 6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키스 해링의 ‘빛나는 아기’. 키스 해링 재단 제공
키스 해링의 ‘빛나는 아기’. 키스 해링 재단 제공


해링을 스타로 만들었던 ‘지하철 드로잉’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빛나는 아기’와 ‘짖는 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진단 받은 해(1988)에 제작한 ‘종말’ 시리즈 등 그의 초기 작품부터 타계 직전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살필 수 있다. 빛나는 아기와 춤추는 듯 움직이는 사람, 개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그려 유명한 ‘아이콘’ 연작에서는 해링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느낄 수 있다. ‘종말’ 연작에서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작가의 어두운 시선도 드러난다. 벽화, 상업 포스터, LP판 표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던 작가의 작업활동도 엿볼 수 있다.

이번에 작품을 가져온 세계 유일 해링 전문 미술관인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의 탄생 스토리도 흥미롭다.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은 의약회사를 운영하는 나카무라 가즈오 대표가 2007년 일본 야마나시현 해발 1,000m의 작은 마을에 작가를 기념해 지은 곳이다. 나카무라 대표는1987년 뉴욕에서 화랑에 걸린 해링의 작품을 우연히 보고 매료됐다. 그는 “여러 명이 올라탄 그림이었는데 만화 같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는데 이런 게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작품을 통해 누구나 꿈, 희망, 사랑, 자유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키스 해링의 ‘단속 하라’. 키스해링 재단 제공
키스 해링의 ‘단속 하라’. 키스해링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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